통일 국어문법의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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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교부가 고등학교의 국어통일문법을 확정하고 85학년도부터 사용하기로 한것은 40년가까이 혼란을 거듭해왔던 우리말 문법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우리문법은 전문학자마다 주장이 다르고, 가르치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 배우는 학생들만 혼란속에 고생을 해왔다. 더군다나 그 혼란과 대립의 요인이 큰 줄기에서라기 보다 용어의 차이거나 단어의 소속분류 따위에 얽매인데서 비롯됐다는 점은 공연한 시간의 낭비요 정력의 소모에 불과한 일이었다. 이에 휘말려들어 우왕좌왕한 당국의 책임도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제 학교문법이 통일돼 하나의 교과서로 배울수 있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한 민족의 말이란 각기 고유성을 지닌다. 어휘와 어순이 다르고 이에 따른 어감도 다르다. 그러나 어휘가 하나의 문장을 이룰 때는 일정한 법칙이 작용하며, 이것은 세계각국 언어가 상당한 공통점을 갖는다. 이른바 언어의 고유성과 국제성이라 할수 있다. 고유성과 명확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우리말의 개발과 활용에 최우선적인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제성의 발굴이나 강조도 학생들이 우리말과 외국어를 비교해가며 익히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주제어의 설정을 백지화하고 주어와 서술절이라는 지금까지 일반화된 문장구조로 설명하는것이 그 한예다.
문법을 설명하는 용어에 생경한 느낌을 주는 사례가 많이 눈에 띈다. 물론 한문세대와 한글세대가 느끼는 언어감각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감각에서 너무 거리가 있어도 안될 것이다.
「안긴문장」「홑진문장」따위의 지나친 신조어가 그대로 확정된 것은 앞으로도 계속 검토해야할 숙제다. 용어의 지나친 한글 집착이 상용하는 말과 너무 거리가 있을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정착되지 못하고 겉도는 실례를 우리는「날틀」이니「번개딸딸이」따위에서 경험한바 있다.
문교부는 이번 학교문법통일안을 확정시키기 위해 관련학회와 학자, 일선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한것은 아니다.
40여년간 계속된 논란이 하루아침에 일치되기를 기대하는것도 무리일 것이다. 단일교과서를 만들게 됐다해서 이에대한 연구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선교사들의 교육실제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맹점이나 오류가 있을 때는 시정과 개선작업이 보완돼야한다. 그러려면 학교문법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와 당국의 관심은 지속돼야한다.
특히 이번에 확정된 고교문법통일안은 중학교 교사용 지도서에 들어있는 내용과 용어의 설명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중학교때 배운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다시 배우게 된다면 여기서 생기는 혼란과 당혹도 적지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고교국어문법의 맥을 하나로 잡아주는 일도 시급하다.
국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과제는 학교문법에 그치지 않는다. 학문문법과 병행하여 추진돼야할 것이다. 이것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집중연구할 기판으로 국어연구원의 발족을 기대한다.
국어연구원은 내년도 예산에 1억4천만원의 개설비가 책정돼 있을뿐 구체적인 세부사항이 알려진바 없다. 이 연구원이 탄탄한 재정과 최고의 권위를 갖고 우리말의 문법뿐 아니라 표준어, 외래어, 한문교육, 어문정책등 산적한 문제의 연구와 해결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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