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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공공기관 개혁, 고삐 늦출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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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

철도공사는 지난해 창립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036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공사 노조는 사측과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근속승진제를 폐지하고 급여 체계를 개선하는데 합의했다. 올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세 계단 올랐다. 공항 이용객이 늘고, 당기순이익(1735억원)이 전년보다 35% 증가한 한국공항공사도 A등급을 받았다. 반면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던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시설안전공단 등은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았다.

 지난주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희비가 갈렸다. 성과가 미흡하면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3명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됐다. 지난해 116개 전체 기관의 순이익은 5조원에서 11조원으로 113% 증가했다. 정부가 받은 배당도 42% 늘었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했다.

 공공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공기업 부채는 연평균 39조원 가량 증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최초로 부채 규모가 2013년 521조원에서 520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숫자로는 5000억원이 줄었지만 실제는 40조원을 감축한 셈이다. 외형상 실적 외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방만 경영을 개선했다. 고용승계, 고용 비리, 부적정한 퇴직금 가산제도를 폐지했다. 복리후생비는 지난해보다 28%를 감축해 1500억원을 절약했다. 이번 평가대상 기관 중에서 지난 한 해 노사협상 등 눈물겨운 스토리가 없는 기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부채와 방만 경영의 고리는 끊었지만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고 청년고용 절벽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역할을 핵심기능 위주로 재편하고 성과연봉 등 성과주의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2017년까지 6700명의 청년고용을 확대한다.

 경영평가 결과에 대해 ‘개혁 후퇴’라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국민들은 아직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많다. 그러나 경영평가는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여론 평가가 아니라 한 해 동안 각 기관의 경영을 평가하는 것이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매출과 서비스가 늘고 그 과정에서 순이익과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지면 평가가 개선된다. 이에 따라 종사자들의 성과급이 좌우된다. 실제로 이번 평가로 15개 기관 2만 명의 종사자가 성과급을 못 받게 된다. 그러므로 경영평가는 객관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공공기관 평가는 1년 전에 공개하는 기준에 따라 160여 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수행한다. 정부가 경영실적을 무시하고 임의의 잣대로 평가를 한다면 한 해는 몰라도 계속해서 모든 종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의 따끔한 지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 식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더욱 가속화하라는 주문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모든 공공기관 종사자들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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