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해지역 복구 지지부진] 장마 코앞인데 아직도 공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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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코앞으로 다가 왔지만 지난해 극심한 물난리를 겼었던 대부분의 수해지역에서는 아직도 복구 공사가 한창이다.

예산 확보의 어려움에다 인력·자재·장비의 부족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올해 또 다시 수마가 할퀴고 갈까 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당국의 늑장 대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 임시가교에 대형車 행렬

◆강원도 강릉.삼척=지난해 태풍 '루사'때 둑이 붕괴되는 바람에 강릉 시가지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강릉시 장현저수지는 9개월여가 지난 4일 현재까지 바닥 기초공사만 겨우 마친 상태다.

시공사인 ㈜대광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말 공사가 시작된 데다 잦은 눈.비로 지연되고 있다"며 "장마가 닥치기 전에 저수지 내부의 물을 밖으로 빼내는 임시 수로 완공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저수지 아래쪽 구정천과 섬석천 제방 복구 공사도 4m 높이 정도로 토사를 쌓는 데 그친 상태다.

주민 정연동(50.강릉시 장현동)씨는 "올해는 저수지가 역할을 전혀 못하게 된 데다 제방마저 모래둑으로 응급 복구된 상태여서 장맛비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척시와 태백시를 잇는 국도 38호선 미로 1교와 하성 2교 복구공사는 현재 기초공사인 교각 설치작업이 진행 중이며 일러야 내년 초에나 개통이 가능하다.

삼척농협 미로지소에 근무하는 金모(36)씨는 "10t 이상의 대형 트럭과 수학여행단 수송 버스를 포함해 하루 수천대의 차량들이 임시 가교 위를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말했다.

*** 완공도 안된 집으로 이사

◆충북 영동=영동군 영동읍 예전리. 지난해 집중호우로 온 마을이 물에 잠겨 10개월째 컨테이너에서 생활해온 이 마을 30여가구 주민들은 여름이 성큼 다가오자 걱정과 짜증으로 하루를 보낸다. 장마철을 앞두고 임시 거처의 안전도 문제지만 컨테이너 내부를 파고드는 복사열 때문에 벌써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마을 앞 하천 제방공사도 답답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돌망태 쌓기 공사가 한창이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마을 쪽은 괜찮겠지만 농지와 임시 거처가 모여있는 저지대 지역은 올 여름 어떤 피해를 볼지 모르겠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이쌍분(64.여)씨 등 일부 주민들은 이달 초부터 세간살이를 하나둘씩 완공도 안된 높은 지역의 새 집에 옮기고 있다.

영동군 내 수해에 따른 복구 대상 주택은 모두 2백75채. 이 중 예전리 마을 주택 25채는 아직까지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 네식구 컨테이너서 칼잠

◆경남 김해.함안=지난해 폭우 때 10여일간 침수됐던 김해시 한림면, 함안군 법수면 일대는 요즘 대규모 토목공사장으로 변했다. 한림면 장방리에서는 집단 이주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지만 공정률이 49%에 불과해 주민들은 올 여름을 컨테이너 박스에서 보내야 한다.

주민 김광도(55)씨는 "지난해 9월부터 대학생인 두 아들과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너무 비좁아 '칼 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개 마을이 물에 잠겨 3백23명의 이재민과 5백30㏊의 농경지 침수피해를 본 함안군 법수면 주민들도 올 여름 장마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붕괴됐던 낙동강변 백산 배수장 제방을 흙 등으로 임시 복구해 놓은 상태인 데다 붕괴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1m 높아진 강바닥 그대로

◆경북 김천=지난해 수해 당시 유실됐던 구성면 상좌원리 감천변 둑방에서는 철망에 돌을 넣어 둑을 보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황금동 주민 이선택(63)씨는 "지난해 폭우 때 쓸려온 토사로 감천 바닥이 1m 정도 높아졌다"며 "장마철에 강물이 다시 넘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둑 보강작업과 하천 정비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장마 때 유실된 3번 국도가 완전히 보수되지 않아 대덕면으로 통하는 도로가 여전히 막혀 있었다. 하천 바닥으로 낸 임시 도로로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강물이 불어나면 대덕면 주민들은 다시 고립될 위기에 놓여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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