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絃에 깃든 '브라질의 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파리에서 중국계 이민 2세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탓일까. 1998년 실크로드 앙상블을 만들어 중국.몽골.아제르바이잔.이란 출신의 작곡가들에게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신작을 위촉해 초연하는 등 음악을 통한 문화권의 만남을 시도해오고 있는 첼리스트 요요마(46). 그의 지구촌 음악 오디세이는 지칠 줄을 모른다.

이번에는 브라질편이다. 삼바와 보사노바 등을 담은 음반 '오브리가도('고마워요'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브라질'을 낸 것이다.

'오브리가도 브라질'은 요요마가 시도한 라틴 아메리카 음악과의 만남으로는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를 담은'탱고의 영혼'에 이어 두번째다. 요요마와 함께 떠나는 브라질 여행은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보사노바의 거장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히트곡 2곡이 여성 보컬리스트 로사 파소스의 목소리로 수록돼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생소한 음악들이다. 브라질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의 이름이 반갑게 느껴질 정도다. 빌라 로보스의 작품은 '브라질의 영혼'등 2곡이 실려 있다.

'탱고의 영혼'에서 호평을 받았던 조르게 칼란드렐리가 이 앨범의 편곡을 맡아 피아노.기타.클라리넷.베이스를 곁들인 실내악적 분위기로 브라질 음악의 정수를 잘 보여준다.

브라질만큼 월드뮤직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곳도 없다. 아프리카.유럽.인디오의 음악이 결합되어 독특한 양식을 빚어낸 브라질 음악은 마일스 데이비스,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아르투르 오네게르 등 쟁쟁한 음악가들을 매료시켰다.

그래서 이 앨범에 등장하는 작곡가의 면면도 매우 다양하다. 시칠리아 이민의 아들로 상파울루에서 태어나 피아노를 배운 후 파리로 유학, 명교수 다니아 불랑제를 사사한 다음 고향으로 돌아와 브라질 음악의 귀중함을 다시 깨달은 모사르트 카마르고 과르니에리(1907~93), 레바논과 시칠리아의 혈통을 이어받은 작곡가 에그베르트 히스몬티(54), 삼바와 쇼로의 전설적인 거장 에르메토 파스코알 픽싱귄하(1898~1973) 등….

브라질은 정규 클래식 음악 교육을 받았거나 기타를 연주하며 독학으로 공부했거나 이들의 음악세계는 모두 브라질 민속음악에 깊게 뿌리박고 있다.

요요마는 브라질 음악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인 관능이 들어 있다. 무의식과 의식,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요요마는 '오브리가도 브라질'과 함께 '라 벨 에포크 파리'도 선보였다. 제1차 세계대전직전'삶의 즐거움'을 구가하면서 살롱 문화를 꽃피웠던 1890~1914년 프랑스에서 작곡된 바이올린 곡을 첼로로 편곡해 녹음한 앨범이다.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곡', 생상스의 '하바네즈',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담았다.

요요마는 이 앨범 수록곡으로 오는 11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내한 독주회 무대에 선다. 02-720-663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