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화 홀로서기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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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대부분의 석유화학 업체가 ▶짝짓기▶기업인수 합병(M&A) ▶ 외자유치 등의 방법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단기필마로 뛰는 석유화학 업체가 있다.

울산 석유화학공업 단지의 맏형격인 대한유화공업㈜이다. 1972년 정부가 울산에 석유화학 공단을 조성하자 가장 먼저 석유화학 제품 공장을 돌렸다. 지금까지 30년동안 석유화학 제품 생산 이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석유화학의 주요 기초원료로 꼽히는 폴리프로필렌(PP)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은 대한유화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생산했다. 플라스틱가공 업체들에선 원조 대접을 받는다. 실제로 대한유화의 제품 브랜드인 '폴리 프로'는 지금도 업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제품의 하나다.

그러나 90년대를 전후해 삼성.현대.롯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생산량이나 매출액에선 이들과 견주어 초라하다.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갖춘 업체들이 모두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대한유화의 매출은 6천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NCC공장을 건설하면서 수천억원의 은행 빚을 얻어 썼다가 93년 법정관리 업체가 되기도 했다.다행히 당시 석유화학 경기가 되살아나 법정관리 체제를 5년 만에 조기 졸업했다.

그 때는 법정관리기업이 되더라도 대주주 지분이 소각이 안돼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분류되는 이정호(80)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았다.

7천억원대를 웃돌던 정리 채무는 지금은 1천억원 가량 남아 있다. 대한유화는 이를 2005년까지 모두 갚아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다른 유화업체와는 달리 여전히 홀로서기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이선규 부사장은 "최근에 모그룹의 석유화학업체와 손을 잡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나 경영진은 그런 제의를 받아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며 "30년간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온 노하우를 갖고 있어 대형 유화업체와의 품질 경쟁에서 뒤질 것이 없다"며 독자 경영의 의지를 밝혔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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