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기능사 이호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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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새벽 6시30분,도배기능사 이호분씨(42)는 잠자는 막내 머리맡에 「안녕」 인사를 남긴 메모쪽지와 도시락 3개를 가지런히 두고 총총히 하루일을 나선다.
지방근무를 하는 남편의 동의를 얻어 도배일을 한지 올해로 7년. 도배 기능사로는 숙련공대접을 받아 비성수기인 요즘도 일거리가 계속 밀려있다.
3남매(1남2녀) 모두를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꿈 때문에 취업전선에 나섰다고.
『대학갈 큰애가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저도 뭔가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지요. 주부가 취직을 하려면 자기 기술을 갖는게 최고지요. 마침 서울독산동 YWCA가 여성직업훈련소를 개설, 도배·타일·페인트 직종 교육을 무료로 실시하면서 그는 제2기 도배공으로 자격증을 따냈다.
집안에서 작업을 한다는 잇점으로 도배를 택하긴 했으나 풀칠한 도배지를 들기만 하면 찢어지는 것이 다반사, 온몸에 풀칠을 하고도 도배지 한장 못 붙인 것이 초년병때 실수담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때는 동네에서 구경한다고 장사진을 쳤어요. 여자들이 도배를 한다고 많이 수군거렸지요. 이제는 도배라하면 여성직업으로 인식이 많이 되었지요.』
도배일의 주된 공급처는 지물포와 인티어리어업자·식당·예식장·다방·경양식집등. 아파트 신축붐이 일때는 도배기능사 30∼40명이 한꺼번에 도배를 맡기도 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하루에 일을 모두 마치려면 도배기술자 2명과 잡일을 하는 잡역부가 기본멤버. 벽지를 재단하고 천장→벽→장판초배→마무리까지 끝내면 숙련공인 그는 1만8천원의 하루일당을 받게된다.
한달수입은 4O여만원. 꼼꼼하고 섬세한 일솜씨가 소문나 단골집만 50여집이 넘는다.
도배일 7년동안 풍속도 많이 달라져 양단·우단·카페트까지 벽지로 이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고 최근에는 명암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컬러벽지까지 등장했다고 들려준다.
『일단 이길로 나섰으면 어느 물건을 갖다주어도 바를수 있어야 숙련공 대접을 받습니다.아이들도 엄마의 이러한 생각을 적극 지지해주어 큰 힘이 됩니다.』
그의 벌이가 보탬이 되어 큰아들을 작년에 대학에 보냈다는 그는 그동안 모은 적금을 아이들을 위해 보람있게 쓰겠다는 포부를 펴 보인다. <육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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