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교육환경 밝지 못하다|유네스코 한국위 세미나…「청소년이 본 자신의 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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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청소년들은 그들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있는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주최로 7∼8일 동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청소년 환경개선 세미나에서 발표될 임종대교수(성심여대) 의 논문 『청소년의 입장에서 본 환경』 에서는 전국 2백70명의 청소년들이 그들 자신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정환경>
▲서울·인문계 E여고 S양(17)=어머니의 항상 같은 잔소리와 아버지의 화난 투의 말씀은 참을수 없다. 언제부턴가 『엄마 제발 나가줘』 란 말이 입에 배였다. 거짓말을 해가며 아버지에게 성적표를 숨기는 것도 이제는 고칠수 없는 버릇이 됐다.

<학교환경>
▲서울·인문계 S고교 K군(17)=두발과 교복자율화가 주었던 신선함은 사라지고 선생님들의 꾸중만 남았다. 선생님들이 가위를 들고 우리들의 머리를 자른다.
▲서울·인문계 S고교 A군(17)=우리는 지금 선생님을 과외선생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그저 선생님에게 공부만 배워 대학에만 무사히 가면 그걸로 끝이다.
▲서울·S여고 J양(16)=학교는 자꾸 외진 곳으로 밀린다. 내가 아는 어떤 학교는 도로공사로 운동장이 잘려 체육시간에 제대로 뛰놀지도 못한다.

<지역사회환경>
▲서울·실업계 S여고 L양 (16)=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눈에 띄는 것은 극장·클럽·살롱·여관·오락실등이다. 그런 어른들의 장소는 시내나 다른 한곳에 밀집되어 있으면 좋겠다.
▲농촌·실업계 L여고 K양 (15)=우리동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 돈을 벌려고 한다. 서울은 정말 좋은 곳인가. 서울에만 가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여가환경>
▲서울·인문계 S고교 J군(17)=학교에서의 취미활동시간은 고작 특별활동뿐이고, 지난 3월 문을 연 학생극장도 흐지부지됐다. 『좀 해주고나 탓하세요』 라고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다.
▲농촌·실업계 L고교 M양(17)=좁은 읍내에 다방이 50여군데나 있다. 길거리에 나서면 우리는 갈데가 없다. 도서실과 청소년의 집이 있었으면….

<사회문화적 환경>
▲서울·실업계 S여고 P양(16)=요즘 대학생 데모를 그저『애들은 몰라도 돼』 하지 말고차근차근 설명해주면 좋겠다.
임종대 교수는 『기성세대의 경험이나 관점에서 청소년들의 행동을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일방적 태도를 벗어나 청소년 자신들이 그들의 환경에 대해서 느끼고 생각하고 원하는 바를 알아내는게 청소년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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