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님들 「목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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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는 승리했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미국의 국민입니다. 그는 우리들의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를 존경합니다.
미국국민들은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직책의 주인공을 선출했읍니다.
우리들의 선택은 위엄있고 정중하게, 그리고 평화작으로 이루어졌읍니다.
비록 본인이 승리하지 못했다하더라도 이순간 우리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환호하며 또 미국국민이 향유하고 있는 자유에 갈채를 보냅니다.그리고 동료미국인의 결정에 승복합니다
』이 글은 새로 선출된 대통령을 칭송하는 송덕문의 한 구절이 아니고 낙선사인「먼데일」
후보의 패배시인 연설중 그 첫부분이다. 그는 『우리는 패배했지만 한 역사를 창조했다』고 전제하고 모든 패배 속에 승리의 씨앗이 싹튼다고 자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사의
전진과 발전을 위해 투쟁할 기회를 준 미국과 미국민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미국대통령선거는 「레이건」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지만 5개월여에 걸쳐 펼쳐진 장대한 드라머의 마지막을 찬란하게 장식한 사람은 「레이건」이 아닌 낙선자「먼데일」 이
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만큼 「먼데일」 의 마지막 연설은 차분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정치를 드라머나 쇼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도 드라머와 같이 기승전결의 변환과정이 있어야하고 또 이를 열심히 지켜보아주는 관객이 있어야 판이 신명나게 어울린다는 뜻일
것이다.
멋진 연극은 멋진 주인공이 연출해내는 것이 사실이지만 멋진 등장인물 못지않게 중요한것은 극중 강사다.
그런데 우리들 정치가의 일사에는 수사학(레토릭)이 없다. 수사란 말은 남을 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란 뜻이다. 남을 설득할 힘을 잃은 언어는 소음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
사학을 모르는 사람은 정치가로서의 구비 요건을 갖추지못한 사람과 같다.
국회가 열려 우리들의 선량님들이 목청을 돋워 소리치면 신문과 방송이 다투어 이를 전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는 것은 무슨 까닭
일까? 선거때가 되면 설득력 없는 구호와 레토릭이 없는 고함소리가 난무하게 된다.
드라머가 끝나도 멋진 대사는 가슴속에서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이치를 왜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사진>이상회<연세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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