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한·일관계 경제 협력으로 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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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은 한·일 경제계
한·일 경제계 인사 2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경제인회의’에서 참석 인사들이 손을 맞잡고 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은 경제 협력을 더욱 긴밀히 해 한·일 관계를 회복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왼쪽부터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 대사, 세토 유조 일·한 경제협회장,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조석래 한·일 경제협회장, 박태준·김상하 한·일 경제협회 명예회장. 조용철 기자

독도와 역사교과서 문제로 한.일 관계에 찬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제37차 한.일 경제인회의'가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독도 등의 문제가 경제 협력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며, 오히려 냉각된 한.일 관계를 경제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 측 단장인 조석래 효성 회장(한.일 경제협회장)은 인사말에서 "지금의 한.일 관계를 보면 올해를 양국 우정의 해로 정한 의미가 퇴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지난 36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만나 우의를 다져온 경제인 회의를 통해 한층 높은 협력 관계를 갖춰 나가자"고 말했다. 일본을 대표한 세토 유조(瀨戶雄三) 아사히맥주 상담역(일.한경제협회장)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동아시아를 이끄는 두 나라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돌아가면 일본 정치계에 한국의 분위기를 잘 전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터키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전비호 외교통상부 아태통상심의관이 대독한 축사에서 "과거사 문제는 한.일 관계에 부담이 된다"며 "과거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한.일 관계를 이뤄나가자"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축사에서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두 나라의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축사는 야마모토 에이지(山本榮二) 주한 일본대사관 경제 공사가 대독했다. 이명박 서울 시장도 주최 측 초청으로 만찬에 참석했다. 이 시장은 인사말에서 "40년 전 한.일 국교가 정상화될 때 대학생이던 나는 과거 청산이 먼저라며 수교에 반대했다"면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듭지어지지 않은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15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조석래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게이단렌(經團聯) 회장, 사메시마 후미오(鮫島章男) 태평양 시멘트 사장 등 양국 경제인 250여 명이 참석했다.

권혁주.이승녕 기자 <woongjoo@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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