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혐의로 실형 강석진 전 교수 … “징계 전 사표 썼다” 파면 취소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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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자 성추행 혐의로 지난달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서울대 강석진(54) 전 수리과학부 교수가 교육부를 상대로 파면처분 취소 소청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이던 서울대 교수의 신분을 사립대 일반 교원으로 간주토록 한 서울대법의 맹점을 활용한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서울대와 법조계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달 13일 교육부 산하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서울대가 지난 4월 별도의 징계절차를 거쳐 나를 파면했으나 파면처분이 있기 전인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의원면직 처리돼야 한다”며 파면 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강씨가 서울북부지법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기 하루 전날이다. 강씨는 2008년부터 7년간 제자 6명과 세계수학자대회 사무국 인턴 1명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이는 파면처분이 취소되면 퇴직급여 및 연금 수령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다른 국·공립대 등에 재임용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이 시행된 2011년 12월부터 서울대 교수는 임면과 징계 등에 관해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의 조사나 징계절차 도중 공직자가 사직서를 제출해도 수리할 수 없도록 한 ‘비위공직자 의원면직 제한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다.

 서울대가 당초 강씨의 사직서를 수리하려다가 6개월 만에 파면 처분한 것도 서울대 법인화를 위해 만들어진 서울대법의 법적 구멍 때문이었다고 한다. 대다수 사립대처럼 성추행 등 비리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하려다 비난 여론에 떠밀려 파면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대는 일단 대형 로펌에 맡겨 소청심사 대응에 나섰다. 소청심사위 관계자는 “서울대는 여전히 국립대지만 교원 임면 등에 관해서는 사립학교법이 적용되는 이중성이 있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지난해 말 성범죄 교수의 의원면직을 제한하는 학칙을 만들라고 각 대학에 권고했지만 서울대는 학칙에 반영하지 않았다. 사립학교 교원도 공무원처럼 징계 대상자의 의원면직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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