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5개월 만에 세계 1위 눈앞 … 흔들린 리디아 고, 첫 예선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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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용한 암살자’ 박인비(27·KB금융)는 불운을 털어내며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천재 소녀’ 리디아 고(18·캘러웨이)는 성장통 증세를 보이며 연속 컷 통과 행진이 53에서 멈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세계랭킹 1위가 뒤바뀔 전망이다. 박인비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낚으며 14언더파 선두로 뛰어올랐다. 2위는 12언더파 김세영(22·미래에셋)이다. 세계랭킹 포인트 10.67점으로 리디아 고(10.77점)에게 0.1점 뒤진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29위 안에 들면 1위 자리를 되찾는다. 이변이 없는 한 20주 만에 세계랭킹 1위 탈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LPGA 투어 역대 세 번째로 단일 메이저대회 3연패(連覇) 기록에 다가섰다. 고(故) 패티 버그(1937~39년)와 안니카 소렌스탐(2003~2005년) 두 명만이 달성한 위대한 업적이다. 지난 10일 프로암 도중 박인비는 1년에 한 번 정도 오는 담 증세를 느꼈다. 오른쪽 등 근육이 뭉쳐 통증을 호소한 박인비는 14번 홀부터 5개 홀을 소화하지 못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 경기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박인비는 “왜 하필 이런 시점에”라며 한숨을 쉬었다. 꾸준한 마사지로 회복에 집중한 박인비는 필드에 나설 수 있게 되자 “출전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안도했다.

 담 부위에 테이핑을 하고 나선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 부진했다. 샷감은 좋았지만 최근 올라왔던 퍼트가 따라주지 않았다. 둘째 날도 테이핑은 했지만 통증은 거의 없었다. 테이핑을 안 하고 나선 3라운드에서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 가능성을 밝혔다.

 박인비는 “처음에는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3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오히려 운대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3라운드에서 퍼트감이 돌아온 것 같고, 샷감도 최고조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3연패를 한다면 2013년 메이저 3연승과 비슷할 정도로 최고의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리디아 고는 18세 성년이 된 후 고전하고 있다. 자신의 생일(4월 24일) 주간에 열렸던 스윙잉 스커츠에서 시즌 2승을 챙긴 뒤부터 부진하다. 41위-16위-27위-컷 탈락이 최근 4개 대회 성적표다.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2012년부터 이어져 왔던 연속 컷 통과 행진이 54번째 경기에서 깨졌다. 대회 2라운드에서는 그린 적중률이 44.4%(8/18)에 그치면서 2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리디아 고는 그린 적중률 1위(78.54%)였다.

 거침없이 ‘리디아 연대기’를 써 내려가던 리디아 고에게 ‘스윙 과도기’가 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운스윙 때 오른쪽 어깨가 빨리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던 리디아 고는 세계적인 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63)에게 레슨을 받았다. 시즌 초반에는 자신의 스윙에 약간의 변형만 줬다. 최근에는 리드베터 코치가 만들어준 스윙을 온전히 구사하고 있는데 아직은 미완성이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54)씨는 “리디아가 감각이 있어서 시즌 초반에는 변형 스윙으로도 잘 버텨왔는데 지금은 적응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한 리디아 고는 몸에 힘이 붙으면서 클럽 구성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약간 늦은 감이 있다. 한 달 전에 열린 킹스밀 챔피언십부터 20도 하이브리드 대신 5번 아이언을 추가했다. 비거리가 길지 않았던 리디아 고는 종전까지 6~9번 아이언을 사용했고, 하이브리드 3개(20도, 23도, 25도)로 코스를 공략해왔다. 올해 거리가 5야드 이상 늘었는데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클럽 구성이었다. 그는 “거리에 따라 하이브리드를 짧게 잡고 그린을 공략했는데 최근에 정확성이 많이 떨어져서 5번 아이언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부터 퍼터를 바꾼 리디아 고는 “퍼트는 나쁘지 않았는데 아이언 샷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해리슨(뉴욕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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