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4차 감염 첫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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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4차 감염자가 13일 처음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이 아닌 병원 내 감염으로 보고 있다. 전체 메르스 환자는 이날 12명이 추가돼 총 138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도 1명 추가돼 모두 14명으로 집계됐다(치사율 10.1%). 특히 자가·시설 격리자는 4014명으로 전날보다 334명 늘어났다. 격리자가 4000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4차 감염자는 133번 환자(70)로 지난 5~6일 76번 환자(75ㆍ여ㆍ사망)를 운송하던 구급차 운전기사다. 76번 환자는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수퍼 전파자(super spreader)인 14번 환자(35)와 접촉했다. 이후 노인요양병원(28~29일)을 거쳐 증세가 악화돼 강동경희대병원(6월 5~6일)→건국대병원(6일)을 거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경로가 ‘1번→14번→76번→133번’인 셈이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촉 과정상 4차 감염으로 표현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넓게 보면 병원에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감염이지 지역사회 감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확진자 중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 직원(137번 환자)은 지난 2일부터 증상이 있었지만 열흘 동안 계속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했던 지난달 27~30일 사이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병원 측 모두 이런 사실을 놓쳐 밀접접촉자 관리에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 환자가 지난 2~10일까지 근무를 해 노출된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3의 수퍼 전파자가 되지 않도록 접촉자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외부업체에서 고용된 파견인력이어서 관리를 소홀히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10세 미만 감염 첫 사례로 의심됐던 7세 소년은 이날 음성 판정이 나왔다. 1차(10일) 음성, 2차(12일) 양성에 이어 다시 결과가 뒤바뀐 것이다. 보건당국은 정확한 확진을 위해 14일 4차 검사를 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세계보건기구(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은 이날 기자회견의 열고 닷새간의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은 “지역사회 전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없다고 판단된다”며 “상황이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공동대표인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소통, 위기 관리 거버넌스, 지방정부 동원 등 세 가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초창기 혼란이 야기됐다”고 분석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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