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적회담 예비접촉 판문점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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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년만에 열린 남북적십자 예비접촉에서 북한측은 70년대 적십자회담당시 여러차례 대표로 나왔던 베테랑급 서성철 (북적중앙위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파견.
서는 지난 70년대 줄곧 남북적 예비회담과 2, 3차 본회담대표로 참석했는데 지난73년 「8·28 김영주성명」으로 본회담이 중단된이후 이를 재개키위한 실무회의 (7∼15차)의 대표로도 나온 인물.
또 나머지 대표인 박영수(북적중앙위부부장)와 박동춘(북적중앙위과장)은 지난번 수재물자 인도·인수때 북평항에 수행원으로 따라왔으며 적십자대회관계업무에 종사해온 사람이다.
이밖에 북측 보도진 가운데서도 「민주조선」의 김상현등 70년대부터 남북적회담을 취재해온 기자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회담에선 5일전 경제회담때 대표가 많아 동서로 마주보던 협상테이블을 다시 남북으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제자리로 환원.
○…쌍방 각각 3명씩 모두 6명의 대표만이 참석해 14명이 참가했던 경제회담에 비해서는 훨씬 단촐한 느낌.
일단 남북대화무드때문인지 대표들은 서로 오랜 구면처럼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특히 북적대표들은 경제회담때 처럼 유연한 모습과 발언태도를 보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조수석대표가 『어제 비가와서 걱정을 했는데 오늘날씨는 아주 청명하다』고 날씨얘기를 꺼내자 서단장은 『지난 시기에도 회담하는 날이면 항상 날씨가 맑더라』고 했다.
이어 서단장는 『적십자회담은 항상 남북관계개선의 선구자가 됐으니 이번에도 잘되어 나갈것』이라고 낙관적견해를 제시했으며 우리측 송대표는 『이번 적십자 회담을 계기로 1천만이산가족과 온겨레의 마음을 풀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대답.
북측 서단장은『개성에서 오는데 까치가 계속 울고 꿩도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반가운 소식이 있을것같다』고 했다.
○…북적측은 이날 새로운 카드로 적십자본회담을 축제분위기로 이끌기 위해 서울서 열릴 8차본회담때는 평양측이, 평양서 열릴 9차본회담때는 서울측이 각각 축제 가무단을 파견, 공연을 갖자고 제의해 한동안 입씨름.
북한의 서단장은 『회담이 오랫동안 끊겼던 만큼 상호간예술부문의 적십자 회원등이 민족적 주제로 방문 공연하는게 회담분위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 조수석대표는 『축제문제는 회담자체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것이며 예비접촉대표들이 담당해야할 임무도 아니다』며 『과거 관례대로 회담주최측이 부수행사로 공연을 갖도록 하는것이 좋겠다』고 이문제에 관한 토의를 빨리 끝내자고 여러차례 종용.
북한측은 『상대방예술인과 주최측 예술인이 합동공연을 하자』는 수정제안을 내놓았다가 회담 막바지에 『북적측 제의를 건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실현될수 있는 날이 오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선으로 후퇴.
○…축제문제와 함께 북한측은 수행기자수를 25명에서 50명으로 두배나 늘릴것을 제의, 그들이 적십자회담을 선전적 차원에서 이용해 보려는 의도를 노출.
북적의 서단장은 기자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로 ▲회담에대한 내외의 관심이 높고 ▲국민들이 상세한 보도를 원하며 ▲사회발전에 따라 보도기관의 수가 크게 늘었고 ▲TV등 녹화수단이 발달해 이에따른 인원이 더 필요하다는 점등을 지적.
우리측이 『기자수에 내외신을 포함시키는 것이냐, 아니면 내신만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북한측은 『내신만 말하는것』이라고 응답.
조수석대표는 기자수가 다소 많다는 입장을 보이다가 50명주장에 동조해주면서 『돌아가 야단맞지나 않을지 모르겠다』고 농담을해 폭소.
○…북적측이 적십자본회담을 축제문위기로 조성하자는 새로운 제의를 하자 외신기자들은 『남북한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회담이 어떻게 축제가 될 수 있느냐』고 지적.
한적측도 『1천만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본회담을 재개하자는 마당에 본말이 전도된 축제분위기조성은 이상스럽다』고 지적.
이 문제는 한시간여의 입씨름끝에 결국 서로 연구검토하자는 한적측 의견이 채택되기는 했으나 북한측은 못내 아쉬운 표정.
○…회담의 말미에 한적은 기조발언에서 밝힌대로 제8차 서울본회담의 개최일시를 예비접촉 한달이내인 오는12월18일부터 열자고 제의했으나 북적측은 서울측 재량에 맡긴다던 자기네 기조발언과는 달리 내년 1월23일부터 열자고 수정제의.
『12월에는 1년사업의 결산도 해야 하고 계절적으로도 춥고 또 바쁘니…』라는 구구한 이유를 대며 내년1월에 열사자 주장.
결국 양측이 이문제를 추후 직통전화를 통해 조정키로 하고 2시3분동안의 접촉은 끝났다.
○…7년만에 남북적십자예비접촉이 열린 판문점회담장 주변 논에는 살얼음이 어는 추운 날씨.
회담이 시작되기전 남북의 기자들은 안면있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눴는데 우리측이 『어제 대한체육회 노태우회장이 북측에 체육회담 재개를 촉구했는데 알고 있느냐』고 묻자 『알고있다』면서 『12윌중에 만나자고 했더구먼』이라고 답변.
특히 북한기자들은 지난번 북한측이 제공한 수재물자와 관련된 우리측의 보도내용을 잘알고 있으며 『수재물자가 수재민에게 모두 전달되었느냐』고 몇번씩 묻기도 했다.
이날 북측기자들은 분계선을 넘지않던 관례를 깨고 우리 기자들처럼 우리측 관할구역에 넘어와 얘기를 나누어 인상적.
특히 북측기자들은 일본특파원등 외신기자들에게 『수재물자는 어떻게 보도됐느냐』『경제회담은 어떻게 취급됐느냐』고 묻는등 해외 언론에 무척 신경을 쓰는 눈치. <판문점=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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