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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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컴퓨터사회에 입문하고 있는 일본에서 지난 16일 웃지 못할 희극이 벌어졌다. 동경 도심 한복판 전화국 지하케이블에 화재가 일어나 그순간 온 세상이 마비되었다.
전화회선을 통해 정보자료를 보내고 받던 컴퓨터 시스템이 올 스톱되어버렸다. 당장 경찰서·소방서·병원·구청·쇼핑센터·수출입회사·은행·주문판매회사등의 기능이 죽은듯 잠들고 말았다.
은행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돈을 찾을수 있었고, 수출회사엔 해외주문이 끊어져 버렸다.
컴퓨터 천국에서 한순간 컴퓨터 지옥으로 곤두박질을 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전혀 생소한 뜻밖의 일이 아니다. 「앨빈·토플러」의 명저 『제3의 파도』(80년간)에는 한 나라가 마비되는 경우를 상상했다.
어느 나라를 공격하는 방법으로 정보의 흐름을 막고, 다국적기업의 본부와 해외지점의 연락을 끊고, 그 나라 주변에 정보의 벽을 쌓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상도 할수 있다. 소련의 한 스파이가 미국 샤이앤산맥 지하의 노라드 (우주 및 공군전략사령부)기지에 설치된 컴퓨터를 파괴해 버리면 미·소전쟁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생각할수 있다.
실제로 구미 선진국에선 벌써 컴퓨터사회의 약점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해 미국서 출간된 『컴퓨터범죄연구총서』(원제=Fighting Computer Crime)란 책은 그 대표적 저작이다. SRI인터내셔널(스텐퍼드연구소 후신)의 안전부문 수석컨설턴트인 「D·파커」가 저술한 이 책은 컴퓨터의 안전을 지키는 문제를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다.
군사기밀 같은 암호화, 컴퓨터 요원의 무장화, 컴퓨터 시설의 요새화, 요원 개개인의 신변조사, 군사규율화, 파괴행위에 대한 중벌등 마치 군사작전계획 같은 내용이다.
미국의 경우 모든 자금 이송은 4개의 주요 컴퓨터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1일 미국내 송금액이 3천90억달러, 국제송금은 6천억달러에 달한다. 이른바 「일렉트로닉 머니」(전자화 폐)다.
이런 일을 해내는 컴퓨터시설을 요새화다는 말은 실감이 간다. 「D·파커」는 컴퓨터의 안전을 지키는데는 5종의 구조벽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경영적·인력적·물리적·논리적 시큐리티(안전)벽이 그것이다.
우리 귀엔 모두가 생소하고 먼 얘기처럼 들리지만 컴퓨터는 차차 우리 안방에까지 들어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의 안전관리는 결코 바다 건너의 일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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