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심 환자들 받지 말라” … 서울의료원 진료부장 보직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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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방한단, 학교 수업 재개 권고 케이지 후쿠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오른쪽) 등 메르스 합동평가단이 10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을 관찰하고 있다. 이 합동평가단은 이날 “한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학교가 메르스 전염에 관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보건복지부]
부산 동래봉생병원이 한때 붙였던 안내문. ‘메르스 진단·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오른쪽)과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보건소로 연락하라’는 내용(왼쪽). [송봉근 기자]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 고위 간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를 이 의료원에 받지 말라는 e메일을 소속 의사들에게 지난 8일 발송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포착됐고, 그는 10일 보직을 박탈당했다.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진료부장 서모씨를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 및 경유한 29개 의료기관을 거친 환자 받기를 금지한다’는 e메일을 의료진 90여 명에게 보냈다. 중랑구의 서울의료원은 시가 운영하는 가장 큰 병원이다. 정부 지정 의 메르스 환자 진료 병원 중 하나다. 의료계에서는 메르스 환자 진료에 문제가 생길 경우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 서울의료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소유한 부산 동래봉생병원도 지난 9일 출입구에 ‘<알립니다> 동래봉생병원은 메르스(MERS) 관련 진단/치료가 안 됩니다. 증상이 있으신 분은 벨을 누르신 후 들어오지 마시고 대기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로 인해 메르스 환자 진료 거부 논란이 일자 병원 측은 10일 안내문을 ‘의심 환자는 입구에서 벨을 누르면 직원이 나와 도와드리겠다’는 내용으로 바꿔 붙였다. 이 병원은 “병원 앞 격리실에서 진료를 하기 때문에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 오해를 샀다”고 해명했다.

 메르스 확산 실태를 진단하기 위해 방한 중인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이 학교 휴업 조치의 해제를 권유했다. 평가단은 “한국이나 다른 지역에서 학교가 메르스 전염에 관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최경환 총리대행은 이날 서울보라매병원·충남대병원 등 메르스 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병원 16곳을 지정했다. 격리대상자 치료 병원 32곳의 명단도 공개했다. 이와 함께 격리대상자·환자접촉자 명단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안전서비스 시스템에 올려 병원들이 진료할 때 실시간으로 격리대상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날 메르스 감염자가 14명 새로 발생해 모두 10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중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쳐 간 감염자가 11명이다.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인 임신부(40)는 질병관리본부 최종 검사 결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편 메르스의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밀폐된 환경에서 공기 전파가 일어나 대량 감염을 유발한 사실(본지 6월 6일자 1, 3면)이 실험에 의해 확인됐다. 메르스 역학조사위원회는 최근 에어로졸(미세 물방울), 스모그 생산기 등을 동원해 여러 가지 크기의 입자를 만들어 최초 환자(68)의 입원실 에 채운 뒤 창문과 출입문을 여닫으며 이 입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이 위원회 관계자는 “실험용 비말(큰 침방울) 중 작은 입자로 된 것이 건조되면서 에어로졸 형태로 쪼개져 공기에 떠 있다가 출입문을 열 때 병실 밖으로 쏟아졌다. 이 에어로졸은 8층 병동 구석구석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부산=차상은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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