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후세인 생존說…說…說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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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살아 있을까 죽었을까, 살아 있다면 어디 있는 걸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의 종전을 선언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후세인의 행방이 묘연하다.

미.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점령 직전까지만 해도 후세인의 사망설이 우세했지만 최근의 분석과 보도들은 그의 생존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UPI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 "미 중앙정보국(CIA)이 후세인의 생존을 입증하는 내부 문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후세인이 바그다드 일원의 부족들과 전 바트당 당원들로 구성된 지하 저항세력의 보호 속에 숨어지내고 있다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정부 관계자는 "현재 이라크 내에 미군의 통치를 거부하고 후세인을 지지하는 저항세력 조직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부 관리도 "후세인은 이라크 내에서 이동하고 있으며 여러 세력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며 "언론에 '약탈'로 보도된 사건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후세인이 이끌던 바트당 잔당세력의 파괴행위"라고 지적했다.

빈센트 카니스트라로 전 CIA 대 테러부장은 "후세인이 아직 살아있고 일부 측근들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UPI통신에 말했다.

전직 상원 정보위 위원이자 현재 보스턴대에서 중동문제 전문가로 재직 중인 안젤로 코드빌라도는 UPI통신의 취재에 응해 "전쟁 직전 수백만달러 상당의 1백달러짜리 지폐들이 바그다드 중앙은행에서 약탈된 것은 후세인이 지하로 잠적할 것을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현지에서도 최근 후세인 생존설이 지배적이다. 바그다드 점령 이후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성전을 촉구한 후세인의 육필 편지가 두 차례나 중동 언론에 의해 보도되었다.

지난 4월 25일 체포된 타리크 아지즈 전 부총리는 미군 수사관들에게 3월 19일과 4월 7일 후세인을 겨냥한 두 차례의 공습 이후 그가 살아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재야 지도자인 아흐마드 찰라비도 최근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후세인과 그의 두 아들이 살아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는 후세인 대통령과 미국.러시아간의 '3자 밀거래설'이 널리 퍼져 있다. 후세인이 미국 혹은 제3국으로의 안전한 도피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바그다드를 미군에게 넘겨주었다는 소문이다. 밀거래설로 후세인에게 배반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아직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모두 그의 생존을 굳게 믿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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