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소유 회사 발끈…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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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택건설업체가 ‘투자 귀재’ 워런 버핏 소유 회사인 대구텍 옆에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텍은 “회사 내에 질소고압탱크 등 위험물이 있어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입주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의 주택건설업체인 씨에이치개발㈜는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옛 대중금속공고 터(5만7761㎡) 중 일부에 5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 9개 동 290가구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달성군의 건축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 사업 승인을 신청했다. 승인이 나면 착공과 함께 분양을 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앞으로 두 차례 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을 위해 자투리땅에 연립주택 등 5층 이하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주택법이 규정한 주거시설이다. 특정 지역과 거리 제한이 없고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와 녹지공간 확보 등 규제를 완화한 것이 특징이다.

대중금속공고는 올 3월 대구 북구로 이전했다. 학교의 사실상 소유자는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이다. 씨에이치개발의 주주는 나 전 회장의 친인척 회사들이다.

문제는 금속을 가공하는 초경합금 드릴 등 절삭공구를 만드는 대구텍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대구텍은 공구 제작 과정에 소음ㆍ진동이 생기고 위험물을 저장ㆍ취급하는 시설이다. 금속의 코팅에 필요한 인화성 물질도 취급한다. 아파트의 경우 5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 때는 이 같은 제한이 없다.

대구텍 측은 “씨에이치개발 측이 불법적으로 주택을 건립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가창면은 도심 지역이 아닌데도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 사업 승인을 좀더 쉽게 받기 위해 300가구 미만으로 나누는 ‘쪼개기’ 분양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텍 측은 “유해물질 배출 우려가 큰 지역에 주거 지역을 조성하면 입주민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입주민들이 우리 회사에 민원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에이치개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이곳에 학교가 있었다.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학교가 있었던 것도 문제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민원이 적지 않아 고민 중”이라며 “법 규정과 제기된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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