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대표팀에서 빼주세요"|「공포의 센터」김영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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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내년에는 대표팀에서 저를 빼주면 좋겠어요. 동료들과 손발이 안 맞아 미안하기도 하고 앞으로 1번 정도 소속팀에서 개인훈련을 한 뒤 다시 시험을 받고싶어요.』
한국여자농구 최고의 자이언트 김영희(21·한국화장품)의 간절한 바람이다.
현재 진행중인 제22회 추계여자실업연맹전에서 김영희는 4게임서 1백18득점으로 게임당 평균30점을 기록, 「공포의 센터」로 위력을 떨치고있다. 선경화학과의 경기에선 41점을 올리고 13일 대 보증기금 전에선 전 후반 29분을 뛰어 32점을 올렸다. 김영희는 지난 1월 점보시리즈 마산경기 대 조흥은행(파이롯트전신)전에선 무려 52점을 올려 국내 여자최고기록을 세웠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첫날 태평양화학과의 경기에선 박찬숙에 눌려 단10점밖에 못 올리는 부진을 보이기도 했다.
1m80cm 미만의 단신 앞에선 폭발적인 골밑슛을 터뜨리지만 1m90cm 이상의 장신 앞에선 한계를 드러낸다.
그래서 그는 장신이 득실거리는 세계무대에 나서면 맥을 못 추는 것이다.
대표팀에선 계륵과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키 2m2cm·몸무게 1백15kg. 운동화크기가 3백20mm로 국내 남녀선수를 통틀어 가장 크다. 이러한 기형 때문에 「코끼리」로 불린다.
한국화장품의 손정웅감독은 『김영희를 1년만 소속팀에 맡겨달라. 대표팀에 들어가면 우선 기본적인 발놀림이 둔해져 본인은 물론 소속팀도 손해서 보고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의 조승연 감독은 이와는 반대의견이다. 『이제까지 한국여자농구는 박찬숙이 이끌어왔고 모든 패턴은 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또 박찬숙은 모든 패턴을 잘 소화해내 어쩔 수 없이 김영희는 빛을 못봤다. 그러나 박찬숙의 은퇴가 확실해진 현 싯점에서 김영희를 최대한으로 이용해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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