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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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남자의 체위에 어느새 선진 초기의 비만형이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80년에 60kg이었던 한국남자의 표준체중 기준치가 85년에 63kg으로 무려 3kg이나 늘었다.
한마디로 지난 5년동안 뚱뚱한 남자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여자의 체중이 변화가 없는데 유독 남자만 뚱뚱해진다는게 이상하다.
여자들은 돌보지 않고 남자들만 먹어댔다는 얘긴가.
그 벌칙으로 강력한 절식이 요구되고 있다. 보통 남자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을 80년의 2천7백킬로칼로리에서 2천5백킬로칼로리로 2백킬로칼로리 줄인다. 육체노동자의 경우는 무려 7백킬로칼로리나 줄여 잡고 있다.
영양과다는 흔히 비만증을 낳는다. 건강을 의해 덜 먹으라는 의사의 지시를 예사로 들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 남자가 유달리 에너지 섭취량이 많았던건 아니다. 미국·서독·영국등 구미 선진국의 경우가 3천킬로칼로리니까 오히려 크게 모자란다. 필리핀·인도·파키스탄의 2천킬로칼로리보다 높지만 일본·대만과는 엇비슷하다. 그게 소득수준이나 국민의 체위와 관계가 있다는건 넉넉히 짐작이 된다.
기근으로 해서 매일 수백명씩 죽고 있는 이디오피아 사람들이 꼬치꼬치 말라 있고 영양과다의 서구인들이 나이들면 대개 코끼리처럼 뒤뚱거린다는건 상식이다.
전쟁중에 영양실조로 고생하던 일본인들이 70년대에 비만과 당뇨를 걱정했던 기록도 있다.
마찬가지로 전쟁의 폐허에서 못먹던 독일인들이 「라인강의 기적」이후에 비만을 걱정하게 됐다는 64년 타임지의 커버스토리도 있었다.
단적으로 55년부터 74년까지 일본인들은 영양섭취량에서 지방 2·5배, 고기 5배, 우유 7배, 달걀3·5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소득이라도 체위가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공업진흥청 조사로는 l인당 국민소득이 1천8백87달러였던 70년의 일본인과 l천6백42달러였던 79년의 한국인체위를 비교할때 한국인이 미세한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체중만은 3kg이나 무거웠다.
그걸보고 한국인이비만형체질을 가진때문이라고한 견해도 있다.
한국인의 식생활에문제가 있다는 뜻도 된다.
곡물만 많이 먹고 단백질·칼슘·철분 섭취는 부족한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허기를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질적인 식사를 따지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건강을 위해 에너지 섭취량을 줄여야할 형편이 됐는지 아리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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