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친 차 50대 北 거쳐 밀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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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급승용차를 훔쳐 라면으로 위장해 북한을 거쳐 밀수출해온 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전국 각지에서 훔친 승용차들을 밀수출해 온 張모(26)씨를 구속하고 金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들과 공모한 朴모(38)씨 등 4명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張씨 등은 세관에서 라면 등 포장된 채 대량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수출면장만 확인하고 컨테이너 내용물은 검사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 42대의 훔친 승용차를 부산항에서 라면으로 속여 선적한 후 북한 나진항을 경유해 중국과 필리핀에 팔았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 빌라 주차장에서 金모(45)씨의 에쿠스 승용차 유리창을 드라이버로 깬 뒤 그 자리에서 열쇠를 깎아 시동을 걸어 훔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국을 무대로 에쿠스 4대.렉스턴 34대.싼타페 4대.스타렉스 8대 등 50대(30억원 상당)의 승용차를 훔쳐 왔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에 대한 첩보를 4개월 전에 입수, 내사해오던 중 이들이 2일 부산항에서 훔친 차량 8대를 선적한다는 정보에 따라 이날 잠복근무 끝에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張씨 등은 2000년 순천교도소에서 만나 당시부터 세관 검사의 허점을 논의하는 등 이번 범행을 공모해 왔으며, 지금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D업체 등의 명의를 빌려 가짜 수출면장을 작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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