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같은 대학교재 저자·표제 수시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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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내용이 똑같은 대학교재가 학기가 바뀌고 판매지역이 달라질 때마다 저자가 달라지고 표제마저 다르게 출판돼.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혼란을 겪고있다. 이는 한 교수가 지은 똑같은 내용의 교재를 여러 대학 여러 교수가 함께 쓴 것처럼 함으로써 판매를 확장할 수 있다는 계산아래 교수들의 이름을 알게 모르게 저자로 올려놓는 일부 출판사들의 장삿속과 이름을 빌려줌으로써 사례금이나 교재 채택료를 받을 수 있고, 재임용에 필요한 자신의 연구실적도 높일 수 있다는 일부 교수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빚어지는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82년에 출판된 학연사의 「법학개론」 은 당시 저자가 이전구 교수 (경북대) 였으나 내용이 똑같은 83년 판은 표제가 「법학통론」으로 바뀌면서 저자가 이 교수와 강동호 교수(경상대)로, 84년 판은 이·강 교수 외에 최학유 교수 (부산외국어대) 가 추가돼 3인 공저로 됐다.
또 광림사의 「미분적분학」은 내용이 똑같은데도 저자를 달리해「수학교재 연구회편」과 박동준(경희대) 정운경 (건국대) 노재철 (서강대) 황홍택(울산대) 교수 공저 등 두 종류로 팔리고 있다.
남영문화사익 「대학 교양국사」 역시 대학국사 편찬회 편으로 출판됐으나 홍중필 교수의「한국사개론」과 동일한 내용이다.
출판사들은 이처럼 전혀 관계가 없는 교수의 이름을 추가할 때마다 l백∼5백부 정도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저자로 이름이 오른 교수는 약간의 사례금이나 소속 대학의 교재로 채택 될 때엔 이익금의 20% 정도를 채택료로 받고 연구실적도 2인 공저의 경우 7O%, 3인 공저는 50%를 인정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학연사 관계자는『법학통론의 경우 당초 3인이 공동집필하기로 돼 있어 교재가 나온 뒤 두 사람이 항의,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고 말했으나 당초 저자인 이 교수는 『완전히 혼자 썼고 더구나 최 교수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 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1인 저서를 지역 또는 학교가 다른 대학의 교수명의를 빌어 여러 사람의 교수이름으로 출판, 심지어는 5명에서 10명까지의 공저자를 나열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광림사 「미분적분학」의 경우 공저자로 돼있는 노재철 교수는『본래 이 책은 나와 정·박 교수 등 3인이 공동 집필했으나 황 교수와는 사제간 이어서 저술 당시 도움을 받았고 이에 따라 이름을 같이 썼다.』 고 말하고 『수학교재 연구회 편으로 또 다른 저자가 등장하게 된 것은 저자들의 소속대학 이외의 대학에서 이를 사용할 때는 교수들이 불편을 느껴 채택 대학의 요청에 따라 단체명의를 사용한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대학교양국사」도 이처럼 특정저자로 발행된 교재의 판매상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막연한 연구단체 이름을 빌고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판사들의 이 같은 장삿속으로 이를 교재로 채택하는 대학의 학생이나 관계 교수들은 책 구입이나 참고서적 각주등에 혼란을 겪고있으며 학문풍토를 흐리는 이 같은 처사는 하루속히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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