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담뱃값 대폭 인상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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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담배처럼 간접세가 많이 붙는 기름과 비교해 보자. 담뱃값이 오르면 초기엔 흡연 인구가 조금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기름값이 크게 올랐던 외환위기 초기에 한산했던 도로가 얼마 안돼 정체가 더 심해진 것처럼 흡연 인구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 청소년 흡연을 줄이겠다며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며 기름값을 올리는 것과 같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담배는 가격에 대한 수요 탄력성이 매우 낮다. 담뱃값 인상은 세금을 더 거두려는 것에 불과하다. 서민 가계에 부담만 줄 뿐이다. 정말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아예 몇 만원으로 올리든지 담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비흡연자이지만 인상에 반대한다.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허울 뒤엔 세수를 늘리겠다는 진의가 깔려 있지 않은가. 실제로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를 피지 않거나 줄일 정도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층은 소득이 낮은 서민이다.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겠다면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파는 사람을 철저하게 단속할 일이다. 모든 문제를 세금 인상으로 풀려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다. 과연 담뱃값 인상만으로 그칠까. 이런 저런 이유로 버스.수도.전기요금 등이 줄줄이 오를 게 뻔하다.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어 담배를 끊었던 사람도 다시 찾게 되는 게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