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어떻게 볼까] 반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호주제는 승계 순위에 남성을 우선적으로 정하는 등의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적지 않은 이혼.재혼 가정들이 호주제 때문에 고생하기도 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호주 승계권 포기제도를 뒀다.일가(一家)의 호주인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이 여성의 가에 입적하는 여성 호주제도 등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굳이 호주제 자체를 폐지하지 않고도 법을 수정하고 보완하면 될 일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어느 가정을 막론하고 가계가 단절되고 뿌리까지 없어져 자기가 태어난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게 된다.

부모 쌍방에 입적이 가능해져 같은 부모 아래서 태어난 형제라도 성이 다를 수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성이 다르니 형제끼리 결혼한들 문제가 없는 것이다. 형제도 남남이 되고, 조상.족보.친척도 없어진다.

이렇듯 호주제가 폐지돼 발생할 사회적 혼란을 무시할 수 없다. 또 가정이 무너지면 가정의 집합체인 국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가족이란 공동체의 의미는 유독 두드러진다. '국가' 라는 단어가 나라(國)와 집(家)으로 이뤄져 있는 것도 단적인 증거다.

호주제를 폐지하는 일은 실험적으로 시행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김자영(명예기자.대구 정화여고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