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혁문교부장관 담화문(전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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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학교의 집단적인 시험거부 등의 사태로 인하여 국민여러분에게 잠시나마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이 기회를 빌어 우리 대학의 오늘을 염려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몇가지 말씀을 드리고자합니다.
본인은 우선 이번 서울대학교 사태에 공권력이 개입한 것은 대학의 자기관리능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하에서 대학당국의 요청에 따라 부득이 취해진 조치였으며 이것이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대학자율화정책의 변질이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혀두는 바입니다.「대학의 자율」을 신념으로 삼는 모든 대학인에게 있어 이번 경찰투입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가슴아픈 사태였다고 아니할수 없읍니다만 우리는 이미 자율화의 출발점에서부터 어떠한 아픔도 각오한바 있었읍니다.
우리가 결코 바라고 있던 사태는 아니었으나 대학의 내부적 질서가 대학인 스스로의 손에 의해 유지될수 없을때는 대학당국의 요청에 따라 공권력이 개입된다는 것은 대학자율화를 위한 진통이라고 아니할수 없읍니다.
우리는 진정한 대학자율화의 정착을 위해 공권력의 개입이 남용되는 것을 크게 우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자기회복력을 상실할 정도로 황폐화되는 것을 방치해서도 결코 아니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인은 이번의 공권력 개입을 우리 대학인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반성해 보는 의미깊은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아픔과 진통은 우리 대학인 모두의 것으로 공유되어야 하며 그 아픔과 진통은 대학자율을 향한 발전의 노력과 용기로 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학교수님 여러분,「대학의 자율」은 교수님들 자신이 누구보다 바라고 염원하던 열매입니다.
본인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대학의 자율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비상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그 용기와 노력의 주체는 교수님들 이어야한다고 믿습니다.
대학현장에서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읍니다만 오늘을 기점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결연한 태도로 학내의 반지성적·반학문적 무질서 제거를 위해 자신의 소신과 논리를 제자들에게 용기있게 피력하고 폭넓은 인간적 대화에 모두 앞장서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대학생 여러분, 최근 몇몇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정치투쟁을 목표로 하는 일부 과격학생들에 의해 주도되고있고 여러분이 희구하는 대학의 자유나 우리국가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학자율의 전제는 말할 필요도 없이 학원의 안정인 것입니다. 면학하려는 다수학생의 권리가 극소수의 파괴행위로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현실에선 여러분이 바라고있는 일들이 어느것 하나 제대로 성취될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인식해야 하겠읍니다.
본인은 오늘의 학원문제를 기본적으로는 교수와 학생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으며,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읍니다. 학원밖의 상황이나 사회에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 한학원 문제의 극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본인은 여러분이 자신의 주장만을 성급하게 내세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그같은 주장을 수용, 실현해 줄수있는 주변여건을 도외시하는 우를 범치 않기를 진심으로 당부합니다.
여러분은 과거 자율화 이전의 상황과 오늘의 대학상황을 비교하여 무엇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진 것, 또는 달라질수 있는 것들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학자율화의 대원칙에 따라 대학이 당면한 문제들을 대학 스스로가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갈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다 하고자 합니다.
끝으로 본인은 대학의 자율화를 염원하는 모든 대학인들이 이번 서울대학교의 사태를 계기로 자율을 뿌리내리고야 말겠다는 소신과 결의를 더욱 굳게 다져 학원자율화를 위한 튼튼한 보루를 구축해 주실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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