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가슴에 칼을 꽂는 인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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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2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제7보(75~87)=좌상귀 75에는 백A가 부분적으론 득이지만 그때 흑이 76의 곳으로 단수하는 수단이 중앙 백△를 움켜쥐는 축머리가 된다. 76은 그렇게 활용당하기 싫다는 반발.

 원하는 대로 주문을 받아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76으로 움직였으니 75는 제 역할을 했으므로 미련 없이 손을 돌려 중앙 77로 후환을 없앤다.

 어떻게 변화해도 백이 괴로운 상황이다. 전국을 교란하기 위해 한 박자 빠르게 우상귀 쪽 날일자로 미끄러진 한 수가 이런 낭패를 초래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 안으로 웅크려 삶의 조건을 확보해둔 80, 82는 굴욕적 인내. 고난을 견디고 역경을 이겨낸 영웅들의 고사는 하나같이 웅변한다. 상대가 방심할 때까지 참고 또 참아라.

 그러나 시련의 가시밭길을 참고 견딘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오죽하면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칼을 꽂는 형상으로 만들었을까.

 83, 85는 즐거운 공사. 상대가 밀어주는 탄력으로 두꺼워지는 이 철벽은 좌하귀 백 일단을 향한 강력한 압박수단이 된다. 86은 차단과 연결의 겸용수단. 흑이 손 빼면 ‘참고도’의 진행으로 좌하귀와 연결된다. a, b맞보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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