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 커 … 행정부의 독자적 입법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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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령 등 행정 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권을 담은 개정 국회법에 대해 법무부는 ‘삼권분립 원칙 위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는 의미다.

 법무부는 29일 국회법 개정에 대해 “행정부에 독자적인 행정입법권을 부여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 헌법 75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헌법은 상위법령에서 위임되거나 법령 시행에 필요한 사항에 대해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시행령을 자체적으로 만들도록 행정부에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행정 입법의 위헌·위법 여부를 대법원이 판단하도록 한 헌법 107조 2항에도 저촉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위법 위반 여부는 법원의 통제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국회에 의한 사전 통제 제도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상임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행정 입법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수정·변경 요구가 있을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무부는 기존의 국회법상 행정 입법에 위헌·위법 소지가 있을 경우 행정부에 ‘통보’하도록 돼 있으나 ‘수정·변경 요구’로 바뀐 부분 역시 헌법 정신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가 행정 입법에 대해 수정과 변경을 요구하고 처리 결과까지 보고해야 하는 것은 ‘통제권 행사’로 삼권분립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대통령령 등을 위헌·위법이라고 판단해도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행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제처 윤강욱 대변인도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하는 만큼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회법은 국회가 아닌 다른 기관을 구속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인호(헌법학) 교수는 “국회법은 국회 내부의 의사와 조직에 관한 자치법이어서 국회는 헌법이 허용하는 이상의 권한을 스스로 확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백기·박민제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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