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쇼크'에 이어 '구찌대란'? 50% 파격할인에 매장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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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가 29일부터 '반값 상품' 판매에 돌입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매장에 몰려 들었다. 이날 구찌는 전국 매장과 온라인 몰에서 올 봄·여름 상품 중 일부를 50% 깎아서 판매했다. 인기 상품도 할인 대상이었다. 143만원짜리 '디스코백'을 70만9000원에, 192만원짜리 GG캔버스 버킷백은 95만9000원에 내놓았다. 590만5000원짜리 '파이톤 토트백' 같은 고가 제품은 295만9000원으로 내려가 원래 가격과 차이가 300만원에 육박했다.

구찌처럼 해외 고가 브랜드는 계절이 바뀔 때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이른바 '시즌 오프' 행사를 한다. 이날 할인도 올 봄·여름 시즌 오프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매년 20~30% 정도이던 할인율이 올해 50%까지 뛰면서 소비자가 몰려들었다. 시즌 오프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할인 소식이 퍼져나간 것도 한몫했다. 이날 각 백화점 구찌 매장에는 개장 시각부터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구찌 공식 온라인 몰에도 접속자가 몰렸고, 인기 상품은 오전부터 품절됐다.

구찌 관계자는 "해마다 하는 시즌 오프 행사이고 가격 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 3월 대표적인 해외 고가 브랜드인 샤넬이 클래식과 보이샤넬, 2.55 등 핸드백 가격을 11~23% 인하한 게 구찌의 파격 할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샤넬은 해외 각국의 가격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겠다는 취지로 유럽·미국에 비해 고가였던 한국의 판매가를 낮췄다. 이후 인하한 가격으로 샤넬백을 장만하려는 소비자가 몰리면서 제품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였다. 또 올해 초 프리다 잔니니의 뒤를 이어 구찌를 총괄하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부임한 것이 깜짝 할인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CD의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내놓기 전에 기존 상품을 소진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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