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문화재등록제」폐지 다시 "들먹"|민한의원등 80명,「문화재보호법 개정안」국회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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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작된지 50년 이상인 동산문화재 등록제도의 폐지를 골자로 한 문화재보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곧 문공위심의에 들어갈 예정인 법 개정안 발의자는 임재정 의원 (민한) 외 80명-.동산문화재 등록제도의 폐지문제가 국회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는 문공부가 82년 정기국회 때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 상임위 심의과정에서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다.
골동가의 이해와 문화재보호 관리의 명분이 엇갈리는 동산문화재 등록제도폐지문제는 문화재계의 많은 관심을 모은다.
폐지 주장의 명분은 법 시행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과 동산문화재 거래의 음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대부분의 동산문화재 소유자들은 등록대상의 판단 및 규정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이고 법의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문화재의 노출을 기피, 은닉함으로써 음성적 거래가 성행해 오히려 문화재 보존이나 관리에 부작용을 빚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의 법개정 제안 이유도 이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69조에 의한 동산문화재 등록제도가 실시된것은 지난 70년부터였다. 지금까지 이 등록규정을 따라 등록된 문화재는 모두 27만 여점.
이러한 등록실태는 해마다 수백 만점씩의 동산문화재가 증가하는 실정에 비추어 볼 때 그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등록규정은 제작된지 50년 이상된 동산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는 의무적으로 국가에 등록토록 했다. 또 이규정을 어겼을경우 2년 이하의 유기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있다(문화재보호법 91조9항).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이번의 법 개정안은 비현실적인 등록제도를 폐지, 감추어진 문화재들이 활발히 전시 공개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유통을 양성화시켜 동산문화재의 실태파악 및 보존관리에 실효성을 거두자는 점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아직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동산문화재 가치가 있는 것들의 국외유출과 반출에는 문공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같은 동산문화재등록규정 폐지에 대한 정부당국의 현재 견해는「폐지」와「존속」어느 폭도 좋다는 중도적 입장.
그러나 분명한 택일의 경우라면 개정을 반대한다는 쪽이다.
구태여 등록제도를 폐지해야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는 지난 82년 개정당시 등록대상이나 규정을 잘 모른채 선의의 범법자가 되는 동산문화재 소유자들은 그 정상을 참작, 처벌을 안 한다는「구제규정」을 두고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정부 제출 때는 국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동산문화재 등록제도 폐지문제가 오히려 반대로 국회에서 또다시 발의됐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동산문화재 등록제도의 법 정신은 충분히 긍정할만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현실적 시행은 수장자들의 호응과 골동품매매거래에서 미묘한 문제들을 야기, 현실과 이상의 거리를 일치시키기 어려운 것은 경험적 사실이다.
아직 법 개정안이 통과될 확실성은 점치기 어렵지만 동산 문화재 등록제도의 존폐여부는 어렵기만한 현실문제의 하나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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