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영 기자의 오후6詩] 그대와 나 어두운 밤바다에서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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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是天空裡的一片雲
偶爾投影在爾的波心
爾不必訝異
更無須歡喜 在轉瞬間消滅了종(足+從)影
爾我相逢在黑夜的海上
爾有爾的 我有我的 方向
爾記得也好
最好爾忘掉
在這交會時互放的光亮

나는 하늘의 한 조각 구름
어쩌다 그대 물결치는 가슴에 그림자를 드리우더라도
그대 놀라지 마오
기뻐할 필요는 더욱 없소
눈 깜짝할 새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말테니

그대와 나 어두운 밤바다에서 만나
그대는 그대의, 나는 나의 갈 길이 있소
기억해도 상관없겠지만
가장 좋은 건 잊는 것이라오
우리 지금 만나 서로에게 주었던 빛줄기들을

- 쉬즈모 '우연' 중에서-

중국 천재 시인이라 불리는 쉬즈모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우연'이라는 시 입니다. 그는 자신의 사랑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중국 사회의 병폐와 봉건 예교의 속박에 대해서도 비판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시의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의 길을 모색한 시인이었죠. 지금 그의 작품은 사랑과 이별을 가장 아름답게 노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젊은 독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시는 1926년 5월에 지어져 각종 매체와 노래 가사로도 인용되었습니다. 사실 이 시는 유부남이었던 쉬즈모가 첫눈에 반한 그의 첫사랑 린후이인을 생각하며 쓴 것으로, 린후이인 역시 이에 대한 화답시가 있습니다. 정략결혼으로 만난 아내지만 이미 아내가 있던 쉬즈모의 린후이인을 향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지, 사랑이라 해도 될지는 답을 내리기 어렵네요. 두 사람의 아쉬운 인연이 말해주는 것 같아 애틋한 그녀의 화답시가 궁금하다면 3주 뒤를 기다려 주세요.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ar@joongang.co.kr

[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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