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마음 훔친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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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매장에서 실시하는 수화 주문. 왼쪽부터 아메리카노(a)·카페라떼(L)·카푸치노(C).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스타벅스 매장에는 독특한 주문 시스템이 있다. 손님이 엄지를 치켜세우면 ‘아메리카노’, 엄지와 검지를 ‘L’자처럼 직각 모양으로 만들면 ‘카페 라테’로 주문된다. 전국 35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근무하는 청각장애인 매니저 211명을 위한 신호다. 고객이 주요 음료를 수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수화 메뉴판도 설치했다.

 이석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대표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작은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매년 정규직으로 ‘시간선택제 리턴맘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있다. 육아 등의 집안일 때문에 퇴직한 전직 스타벅스 점장과 부점장이 다시 일할 수 있게 회사가 길을 열었다. 기본 급여 외에 상여금과 의료비·학자금 지원 면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 조건을 적용한다. 이 회사는 2013, 2014년 연속으로 고용노동부가 시상한 ‘일자리 창출지원 유공자 정부 포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본지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토리닷에 의뢰해 지난해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 등 SNS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유독 자주 언급됐다. 사회적 책임 연관어는 ‘상생’ ‘동반성장’ ‘고용’ 등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이름이 들어간 연관어에서 이 기업의 CSR 연관어는 5.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삼성·LG·현대차·SK·롯데·한화·한진·두산·KT·CJ 등 국내 주요 10개 기업 관련 연관어 데이터 1075만7000여 건에서 CSR 관련 비율은 평균 0.25%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기업인 삼성과 한화도 0.8%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스포츠 이벤트(평균 21.3%)와 경영자(평균 12.1%)와 연관된 표현의 데이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스토리닷의 유승찬 대표는 “SNS에 등록된 기업 관련 연관어는 일반인이 기업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반영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에 대한 연관어 데이터 중 CSR 연관어가 1% 미만으로 나온 것은 기업을 연상할 때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을 떠올리는 일이 매우 드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용 소비자학회장은 "단기적 이벤트성 CSR 사업이 범람해 기업에도 공동체에도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각 기업의 철학과 특색을 담은 사업을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정종훈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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