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초등생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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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도 많은 어린이가 유치원 때부터 사설 학원을 다니거나 학습지 등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초등학생 영어교육 확대가 몰고 올 파장은 적지 않다. 사교육 부담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

교재나 교사의 질 등 교육여건이 미비한 현 상황에서 전면확대는 성급하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영어 조기교육은 외국에서도 일반적 추세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는 2004년 9월부터 초등학교 전 학년 대상으로 매주 3시간 이상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 영어교육 어떻게 달라지나=현재 전국 초등학교 5667개 중 30%가 1, 2학년생을 대상으로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시간을 이용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사설 교재를 활용해 외부 강사가 가르치고 있다. 수강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수업의 질에서는 불만을 느끼는 학부모가 많다.

이를 확대해 2008년부터는 초등 1, 2학년생도 정규 교육과정 중 일부인 재량활동이나 특별활동 시간에 영어를 배우게 하겠다는 것. 말하기 위주로 수업하며, 놀이와 게임을 통해 영어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현재 407명에 불과한 초등학교 영어 원어민 강사를 늘리고, 영어교과 전담교사를 학교에 배치해 수업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교육이 확대될 경우 사교육의 사각 지역인 농어촌이나 도시 빈곤층 학생들이 영어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교사 확보가 관건=교육부는 영어교육 전면확대 이후 저학년은 학급 담임이, 고학년은 교과전담 교사가 영어 수업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어교육을 담당할 교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도 영어를 가르칠 교사가 충분치 않아 초등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연수를 실시한 뒤 학생을 가르치는 실정인데 영어교육이 확대되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 현재 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교사도 초등교육 전공자가 아닌 언어 전공자가 대부분이어서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영어 교재도 말하기 위주로 만들어져 읽기 등을 통해 언어 능력을 키우는 부분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영훈초등학교 심옥령 교감은 "공립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교사와 교재의 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교육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월 100만원이 넘는 사설 영어유치원이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 초등 1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것에 대비해 유치원은 물론 그 이전부터 영어를 시키겠다는 사교육 열풍이 불 수도 있다. 이 밖에 초등학교 1학년 단계에서 영어를 배울 경우 국어와 영어를 병행해 배우는 과정에서 언어 습득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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