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중국 방문]

중앙일보

입력

중국 외교부의 쿵취안(孔泉) 대변인은 1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해 줄 권한을 위임받지 못해 말할 수 없다. 양국 간엔 고위층 상호 방문의 교류가 진행돼 왔다"고 말해 그의 방중을 사실상 시인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장 취임 이래 2000년 5월과 2001년 1월, 2004년 4월 세 번 중국을 방문했다.

한편 일본의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의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해 12월 하순 중국 선양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위조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뉴스 분석] '북.중 동맹' 미국에 과시
미 금융제재 돌파구 모색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로 인한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이 달러화 위폐 문제 등을 이유로 북한을 '범죄국가'로 몰아붙이는데, 이것을 매우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마카오 소재 델타아시아은행의 북한 계좌를 돈세탁 혐의로 동결시켰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이 제재를 풀기 위해 중국 지도부에 측면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도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당시 양측이 합의한 경협 확대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실무진 사이에 활발한 토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도 개방정책의 주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북한 경제개혁의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 재개도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강경책에 따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의 유대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현장학습(2000, 2001년), 전체적인 양국 관계 복원(2004년)이 과거의 방중 목적이었다면 이번엔 미국을 겨냥해 북.중 동맹관계를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는 얘기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