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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개방 현장 다시 찾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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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군인이 10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대사관 벽 게시판에는 고 김일성 북한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언제나 비밀리에 이뤄졌다. 2000년 이후 네 번째인 이번 방중도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북.중 양국은 그가 탄 특별열차가 중국 땅에 들어선 뒤에도 그의 방중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행선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소식통들은 경제성장의 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추정한다. 상하이의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상하이를 먼저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11일 상하이에 도착해 비공식 일정에 들어갈 것이며, 일정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01년 방중 당시 상하이의 금융.산업시설을 둘러본 다음 북한의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동북(東北) 지역 시찰도 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랴오닝(遼寧)성의 성도 선양(瀋陽)과 다롄(大連) 등 현대화되고 있는 도시를 시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국빈 숙소인 다오위타이(釣魚臺)에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김원기 국회의장이 11일 오전까지 머무를 예정이어서, 김 위원장은 일러도 12일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둥역서 영접 행사

○…김 위원장의 방중이 처음 포착된 것은 9일 오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베이징 외교가에 돌았다. 특히 북한과의 접경지대인 중국 단둥(丹東)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김 위원장은 신변 안전을 위해 열차만 이용하기 때문에 단둥은 그가 베이징(北京)에 오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10일 오전 3시부터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철교 주변이 통제되고, 압록강에선 선박 운항이 금지됐다. 오전 6시쯤 특별열차가 단둥에 도착했다. 열차는 30분가량 머물렀다. 단둥역 관계자들로부터 "이때 영접 의전행사가 15분 정도 진행됐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과거 세 차례의 방중 때와 비교하면 이날 단둥의 경계 분위기는 다소 완화된 편이었다. 2004년 방중 당시엔 무장병력이 단둥~선양 철로변에 200~300m 간격으로 배치돼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번엔 역 주변과 열차가 지나는 철로 일부만을 무장병력이 지켰다.

"북, 작년 위폐 해법 제시"

○…일본의 한 외교 소식통은 10일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 중 하나가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 북.미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이틀간 중국 선양에서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 사이에 비밀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계관은 "북한 당국이 자체 조사한 결과 일부 직원이 위조지폐 문제를 일으켰음을 알게 됐다. 북한은 이들을 처벌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수 있다. 위조지폐 문제는 북한 지도부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발표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안을 내놓았다. 우다웨이는 북한의 이런 뜻을 미측에 전달했으나 미국은 "그런 정도로는 안 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힐 대표도 내일 방중

○…한편 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대표가 김 위원장의 방중 기간 중국을 방문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10일 "힐 대표가 11일 일본에 이어 12일 한국을 방문한 뒤 같은 날 중국을 찾아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힐 대표의 한.중.일 순방은 북한 위폐 제조 논란 등으로 북.미 관계가 경색되고, 1월 중 6자회담이 재개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일각에선 힐 대표가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베이징.워싱턴=유광종.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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