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마디] "뼈와 뼈 사이에 숨은 살코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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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식당 주인들은 자신들만큼 가난한 사람들의 욕망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뼈 사이사이에 붙은 살코기와 등뼈 안쪽에 웅크린 골수를 발라먹거나 빨아먹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싸고 푸짐한 감자탕은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의 『음식강산 3』(한길사) 중에서

먹는 일이 최고의 예능이자 트렌드가 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감자탕 얘기는 꾀죄죄하고 초라한 구세기의 유물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감자탕 설화의 기원을 신라시대로까지 끌어올린 뒤 관악캠퍼스 서울대생들 허기 채운 전말로 이어가니 구수하고 오달지다. 여기에 사회학적 분석이 감자탕만큼 푸지다.

"서울이 본격적으로 팽창할 무렵과 감자탕의 전성기는 겹친다. 196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돼지고기의 일본 수출은 감자탕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 수출이 불가능한 돼지등뼈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넘쳐났다. 한 점의 살코기라도 더 발라내려는 발골사들의 피나는 노력도 뼈와 뼈 사이에 숨은 살코기는 손댈 수 없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성역이었다. 뼈 안쪽에 있는 골수는 국물맛을 깊게 만들었다." (381쪽)

제1권 해물, 제2권 국수에 이어 풀어놓은 육고기 편은 지난 2년 식행(食行)에 바지런을 떤 필자의 노고가 육즙처럼 흥건하게 배어있어 맛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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