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머랭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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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머랭은 원래 수제무기의 하나다. 호주 원주민의 한 부족인 뉴사우드 웨일즈의 투루월족이 사냥이나 부족간 싸움에서 사용했다.
길이 50㎝내외, 폭 7㎝내외의 기역자 모양. 이것을 앞으로 던지면 어느만큼 날아가다가 되돌아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장난감으로 한때 시판된 일이 있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인「시노하라」(소원삼대평=아시아 경제연구소 소장)라는 사람이 바로 그 이름을 따서 「부머랭효과」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세계 공용의 경제용어가 됐다.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투자하면, 그 투자효과로 나타난 상품은 자본수출국으로 되돌아오고 결국 자본수출국의 상품과 경합하게된다. 그런 뜻으로 「부머랭효과」라고 했다.
일본은 첨단기술 이전문제만 나오면 예의 「부머랭효과」를 들먹여왔다. 일본기술이 한국에 이전되면 그 상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 일본산업에 경쟁적인 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요즘은 그 용어의 폭이 더 넓어져 제3국의 시장에까지 적용하려고 한다. 가령 한국이 일본기술로 상품을 만들어 미국시장에 내놓으면 일본 상품의 대미 수출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머랭효과」라는 용어를 만든 일본의 경제평론가 자신도 그 플러스면을 얘기하고 있다. 일본기술이 한국에 이전되면 그에 뒤따라 일본의 다른 제품, 이를테면 부품이나 엔진등의 대한 수출이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이런 단순논리 말고도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일본과 한국의 기술격차다. 일본의 기술이 한국에 옮겨져도 일본은 그 기술 수준보다 한발 앞서가는 기술 수준을 계속 유지할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이라고 모두 부머랭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9월11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엔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전대통령 방일중 일황의 발언-, 일본이 백제로부터 학문·문화·기술을 받았다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그때 백제인이 뭐라고 했겠느냐는 것이다.
「부머랭효과가 두렵다」고 한국기술의 대일이전을 반대했겠는가?
요미우리신문은 그 자문에 이렇게 자답 하 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들(백제인)은 넓은 마음으로 기술을 일본에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일본이 오늘 「부머랭효과」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다.
마침 일본 재계의 조사·제언기관인 일본 경제조사협의회가 국가간공업제품을 주고받는 수평무역의 증진방안으로 인접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기술이전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인들이 귀담아 들어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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