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송 민한당 총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제5공화국이 들어선뒤 4년동안 정치적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으며 이 국회는 어떤 일을 이루어놓고 물러가려 하는가. 실로 가슴이 답답하고 송구한 마음이 앞설 뿐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제5공화국 국정은 과연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가.
정의사회구현은 오히려 후퇴한 느낌을 주고있으며 의식개혁이 연고주의의 청산이라든가, 특권의식의 배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실패했다. 장여인사건에서부터 여당최고간부의 축재사건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터져나온 부정부패상은 모든 국민을 경악케 했다.
우리의 정치풍토나 경제구조, 학원·노동현장·언론상황에서 유신체제의 잔재가 다 청산되지 않고있는 것은 지도층의 역사의식 빈곤에 기인한다.
민한당은 11대국회가 구성되자마자 유신체제를 지탱하는 법률과 입법회의가 졸속으로 제정한 법률의 정비를 제의했으나 여당에 의해 거부됐다.
민주정치의 실현은 집권자의 의사 하나만으로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제도적 장치와 보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선거제도의 과감한 개혁과 언론자유의 보장과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강력히 요구·주장했다.
만일 12대국회의원선거가 부정·혼탁해진다면 정치적부작용과 여파는 매우 심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이미 행정선거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노골적인 금력선거의 양상이 빚어지기 시작하고있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가장 큰 요인중 하나는 언론통제로 인한 비밀주의에 기인한다. 신문·방송이 정부의 간섭없이 자율성을 회복하여 보도·비판이 자유로와 지지 않는한 정치의 안정화와 민주화도 바라보기 어렵다.
헌법에 보장된 지자제법안을 정부와 여당이 왜 부결시키면서까지 그 실시를 천연시키는지 이해할수 없다. 노동관계법의 개정,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의 개정등이 빛을 못보고 사장·매몰된것은 다수의 힘만을 믿는 여당의 전적인 책임이다.
외국에서라면 정권이 몇번씩 바뀌었을지 모를 대형부정사건이 잇달아 터져나왔는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지기는커녕 국회는 그 진상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우리는 지난3년반의 11대국회를 통해 그 진상을 밝히기위한 국정조사권을 한번도 발동해 보지못한 기능마비적 존재가 되었다.
학원문제에 대해 우리는 순수성과 자율성의 보장이라는 배려에서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정부의 합리적 대책을 촉구했으나 이제 정부의 대응책만으로는 도저히 해결될수 없다는것이 명백해졌다. 학원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없기때문이다.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민한당사를 찾아든 상황에 이른 것은 심히 유감된일이나 좀더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학원문제는 치안적차원의 대책으로는 해결되지않으며 보다 합리적이고 교육적 차원의 대책이 요망된다.
과거정권의 무계획적인 해외팽창정책과 무절제한수입·외자정책은 반사회적 일부 기업인들의 비리까지 겹쳐 우리한테 무려 5백억달러의 외채를 지워 국민1인당 1백만원씩의 빚을 안겨주었다.
농촌경제의 위기상황은 결코 방치할수 없으며 생산가를 훨씬 밑도는 농산물가격정책은 도농격차를 가속화시키고있다. 정부는 정치로써 경제를 다스리지말고 경제로써 경제를 다스려야한다.
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강인한 민주의지와 제도적장치·상황적준비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