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책임질 마음만 있다면 산업체요원 등에 자원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신검 언제 받지? 군대 가기 싫은데…." 요즘 겨울방학을 맞는 고3 남학생들의 푸념이다. 그래서 막상 "그럼 가지 말든가"라고 대꾸하면 "그래도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났으면 군대는 갔다 와야지"라고 말하는 것도 그네들이다.

반공이 국시였던 과거에 비해 지금 남북한 관계는 안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겉으로는 모병제나 여성의 병역의무를 주장해도 병역에 대한 책임감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남북한이 여전히 대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서 종교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양심적 거부자들은 개인의 종교나 사상의 자유를 방패 삼아 병역을 기피하려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현재 비전투요원으로 병역을 마칠 수 있다. 병역의무를 이행할 마음만 있다면 기술병과를 택하거나 산업체요원으로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런데 비전투요원이라도 기초 군사훈련 도중 집총이 문제가 된다. 살상도구인 총을 잡고 사용법을 익히는 자체가 잠재적인 살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총에 대한 이런 인식은 수정돼야 옳다. 강도에게 칼은 흉기지만 요리사에겐 요리도구가 된다. 전투 임무를 맡지 않는 한 총은 호신 도구다. 힘의 논리가 앞서는 국제사회에서 모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상과 현실의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올바른 가치 판단은 종교적 병역 거부자들의 몫이다.

박영일 학생기자(경기 성문고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