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말까지 나가라" 지난달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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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일 철수에선 사람만 빠져나왔다. 중장비.차량.자재는 물론 8000㎾ 용량의 발전기와 TV.PC 등 업무용 설비까지 고스란히 현장에 남겨졌다.

북한은 2003년 11월 KEDO가 공사 중단 조치를 취하자 현장 장비의 반출을 막았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책임지라는 이유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겨진 장비는 KEDO가 관리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철수 때 차량 키와 시설 열쇠까지 현장에 두고 왔다. 북한이 언제든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KEDO의 주계약자인 한국전력은 장비 반출 중단으로 인한 하청 업체들의 피해 일부(218억원)를 지난해 보상했다. 북한이 장비를 돌려줄 가능성이 없어 남은 보상 역시 한전이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청산 비용도 부담이다. 지난해 12월 KEDO 이사국 협의에서 한국은 2억 달러로 추정되는 청산 비용을 3국이 7000만 달러씩 균등 분담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미국.일본은 반대다. 한국이 알아서 처리하라는 요구다.

현재까지 투자한 비용의 회수도 논란거리다. KEDO와 북한의 경수로 공급협정엔 "북한은 경수로 완공 후 3년 거치 20년 무이자로 건설 비용을 상환한다"고 돼 있다. 이미 일본은 경수로 건설에 들어간 자국 분담금을 북한이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미.일과 북한은 서로 경수로 중단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각각 보상을 요구하는 상태다. 이 부분 역시 한국이 대부분의 뒤처리를 책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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