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직전 北 보낸 5억弗 정부승인 아직도 안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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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2000년 6월 소위 '7대(大) 남북경제협력 사업'의 추진을 위해 북한에 보냈다는 5억달러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송금과 관련한 통일부의 승인 절차를 전혀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이 최근 통일부 교류협력국 간부들에게서 확인한 것으로, 당시 비밀 송금을 주도한 현대그룹 및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에 대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의 적용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30일 소환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김재수(金在洙) 현대 구조조정본부 사장.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을 상대로 송금의 경위 등을 조사했으며, 이들에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과 함께 배임 및 허위공시 등 혐의를 추가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대북 사업을 주도한 현대아산과 다른 현대 계열사들이 2000년 6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여덟차례에 걸쳐 경협사업 승인(사업 변경 승인 포함)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송금된 5억달러를 사업비로 쓰겠다는 신청은 한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아산은 지난해 12월 27일 7대 남북 경협 사업에 포함된 개성공단사업 1단계 지구 건설 승인을 받으면서도 2000년 송금된 5억달러 중 한푼도 이 사업비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승인을 받지 않은 이유는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며 "수사가 마무리되면 5억달러 부분에 대해 승인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산업은행에 대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긴급체포한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직권 남용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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