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소년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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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담배를 피우는 10대가 부쩍 늘어 끝내는 서울시교위가 나서서 금연교실을 설치하게 된 것은 놀랍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중·고교생들의 복장과 머리가 자율화되면서 이들의 풍기가 해이해졌다는 사실은 매일 같이 눈으로 보고 있는 일이지만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 줄은 아마 부모들조차 몰랐을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교2년 생 10명중 6명이 끽연을 경험했고 이 가운데 3명은 상습 흡연자로 밝혀졌다. 여고생 가운데도 상당수의 끽연음가 있다니 믿어야 좋을지, 차라리 외면을 해야할지 어이없을 뿐이다.
이미 성인 층에서조차 금연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마당에 청소년들이 배우지 않아도 실생활에 아무런 불변이 없는 흡연을 서둘러 배운다는 것은 한심하다.
끽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폐해는 이미 수많은 의학보고서가 이를 실증했고, 담배 갑에조차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문이 나붙을 정도다.
바로 엊그제도 일본의 한 권위있는 암 연구소 역학부장이 흡연자와 음주자의 암 이환 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5배나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때묻지 않고 생기발랄한 소년들의 생명체가 흡연으로 오염될 생각을 하면 이것은 국가적인 문제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선 학교에서는 끽연자에 대한처벌에 앞서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 기관지염, 기억력 감퇴, 불결 등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흡연에의 유혹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흔히 청소년들이 나쁜 습관에 빠지는 것은 달리 별로 할 일을 찾지 못할 때 일어난다. 학교에서는 체육이나 특별활동, 또는 유쾌한 오락을 가르쳐 흡연에 쏠리는 관심을 건전 한데로 돌려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담배를 피워도 괜찮지 않느냐는 생각도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어른과 청소년의 신체 발육상의 차이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의 신체는 아직도 발육기에 있고 특히 뇌 세포의 성장은20세를 전후해서 극성기에 이른다.
따라서 성인이 되기 전에 신체발육에 지장을 주는 끽연습관에 빠진다면 인생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게 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편 가정에서는 흡연이 건강상의 폐해는 물론 청소년이 갖추어야할 예절에도 어긋남을 인식시켜야 한다. 기호 식품의 섭취나 도약에의 열중은 다 인생의 때가 있느니 만큼 너무 일찌감치 성인 지향의 취미에 빠지는 것은 청소년의 기상에도 어긋나며 어른의 눈에도 방자하게 보인다.
우리는 예로부터 어른과 청소년이 맞담배 피우는 것을 금기로 여길 만큼 끽연 예절이 철저했다. 비록 청소년들이 몰래 숨어서 피운다고는 하나 흡연에는 약간의 중독성이 있어 이른바 골초가 될 경우 이 아름다운 예절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일이다.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설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명백해졌다. 성인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금연노력 못지 않게 청소년층의 흡연방지에도 힘써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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