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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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제 우리도「여가」를 사회문제로 생각할 때가 되었다.
국민이 쉬고 즐기는 일에 정부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저 밤낮 없이 일만해야 겨우 살수 있던 시대에서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좋은 전망도 된다.
쉴 곳 없는 대도시에 녹지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의자나 놀이기구를 두어 시민이 잠시 쉬어 갈 수 있게하는 것만으로도 시민은 큰 위안을 받을 것이다.
거기에 도서관이다, 음악감상실이다, 혹은 테니스장, 수영장, 탁구장 등 대중 체육시설이 많이 마련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도시 주변에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를 충분히 만들어 운영할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도대체 생활에 여유가 없다는 건 멋이 없다는 뜻이다. 동양화의 멋은 여백에서 얻어진다고 하듯이 쫓기고 긴장해서 사는 생활 속에서 그 같은 여유의 시공을 자주 접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최근 일본 총리 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국민은 평일 65%, 휴일43%의 사람이 TV·신문을 보는 것으로 여가를 보낸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24%로 두 번째를 차지한 것.
TV나 시청하고 신문이나 뒤적이며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결론이다.
결국 여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되돌아가야 할 일의 능률을 높이는 효능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대인이 대처할 방도는 그것뿐이라는 얘기다.
미국인의 경우에도 82년 타임지 ,조사결과는 TV시청, 신문, 읽기, 음악듣기, 전화대화, 운동이나 조깅, 대화, 독서, 취미활동, 정원 돌보기, 성생활의 순서로 나타나 별로 다를 바가 없음을 보여준다.
다만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외에 조깅이나 운동, 친지와 저녁 한때를 즐기는 것 등은 모두 여가시설을 요구한다.
우리처럼 대부분의 국민이 개인적으로 음악감상을 한다거나 독서, 정원 가꾸기를 하기 어려운 여건에선 공공 시설이 많이 마련되는 게 필수적이다. 정부가 못하면 민간이라도 공원, 도서관, 체육시설 등 시민을 위한 여가시설을 많이 마련할 수 있게 법적인 길을 터주는 것도 매우 절실하다.
시민이 쉬고 즐기는 가운데 삶의 의미도 새삼 터득케 될 때 정말 우리의 발전은 의미 있는 것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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