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복서 도전자 "금지" 깨고 프러모터에 끌려 궁여책의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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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KBC는 올 들어 국내복서가 보유하고있는 6개 체급의 IBF챔피언은 동남아복서를 도전자로 고르는 것을 금지시켰었다. 이는 국내 프러모터들이 마구 중계료를 지불하는 국내방송국의 비호 아래 방어전에 급급, 자격미달의 동남아복서들을 도전자로 내세워 IBF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유의 매니저(유화용)는 5개월이 지나도록 미주쪽의 도전자를 구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태국의 도전자를 데려와 KBC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 다만 국제시장에 뿌리가 깊은 극동 프러모션은 미주도전자를 내세웠는데 이번에 가짜복서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극동측은 오는10월5일 울산에서 IBF주니어밴텀급챔피언 전주도와 콜롬비아의 「라울·디아스」의 타이틀매치를 벌일 예정인데 과연「디아스」가 자격 있는 도전자인지 관심이 쓸리고있다.
신설기구인 IBF는 그러잖아도 챔피언이나 도전자의 수준이 낮아 WBA나 WBC에 비해 격이 한단계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판에 권순천의 가짜 도전자 사건으로 명예가 크게 실추된 셈. 이날 유의 방어전도 도전자가 없어 겨우 이루어진데다 이번의 쇼크 때문에 한때 연기를 고려하다 그대로 강행한 것.
이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역시 IBF는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수준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가 포항에서 열린 탓인지 관중은 6천여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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