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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쇼트트랙 코치, 훈련비 횡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 쇼트트랙 코치가 훈련비와 장비 구입비 등을 거짓으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2억3600여만원을 횡령해 경찰에 붙잡혔다. 이를 관리감독해야하는 관할 공무원도 뇌물을 받고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처럼 훈련비와 선수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4개 분야 스포츠 종목 감독과 코치 9명을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모(37)씨는 2007년부터 강릉시청 쇼트트랙 코치로 활동하면서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를 거짓으로 청구해 8000여만원을 횡령했다. 또, 빙상장 운영자 정모(54)씨와 공모해 대관료를 부풀려 8800여만원을, 체육용품 공급업자 김모(38)씨 등과 짜고 훈련장비 등의 대금을 2850여만원을 더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시청 8급 공무원 최모(54)씨는 오히려 이 코치로부터 빙상부 지원을 잘 봐달라는 청탁 명목으로 133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또한 이 코치와 공모해 우수선수 영입비용 명목으로 시청 등으로부터 4000여만원을 받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대전시 레슬링협회 전무이사 이모(54)씨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소속 선수들에게 지급되던 우수선수 관리지원금 1억51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전국체전 참가비를 받기 위해 통장이 필요하다“고 선수들을 속여 통장과 도장을 받은 뒤 지원금을 착복했다.
또한 알파인 스키 전 국가대표 감독 이모(38)씨도 2010년 11월 미국 전지훈련에서 남은 얘산 720여만원을 반납하지 않고 유용했다.

대한씨름협회 전 사무국장 성모(58)씨도 2013년부터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 지급해 협회에 8470만원 가량의 손해를 끼치는가하면 기업 후원금 800만원을 성과금 명목으로 자신에게 지급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스포츠계에 고질적인 지원금 착복이 가능한 이유는 예산을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이 정기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거나 협회가 예산집행을 외부 통제 없이 총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방공무원과 장비판매업자나 경기장 관계자 등이 함께 공모하는 등 토착 비리 형태를 띄고 있어 장기간 동안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범행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찰청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한국체육대학 입학생 학부모와 코치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대한수영연맹 고위간부와 심판 운영비를 횡령한 볼링협회 임원 등 50여명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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