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고봉산 습지' 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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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중산동 108-20번지 일대, 지하철 3호선 백석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중산마을 5단지에서 내린 후에도 10여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곳이다. 이 곳에 환경단체들이 보존 가치가 크다고 말하는 고봉산 습지가 있다. 일명 고양시 중산동 C-1 지구, 이 지역 개발을 둘러싸고 대한주택공사와 환경단체 사이에 대립이 있는 곳이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 매체에서도 이 곳을 둘러싼 갈등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문제는 2001년 6월, 대한주택공사가 중산과 풍동 일대 25만평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업 승인 직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파트가 건축되었고 분양도 마쳤지만 이 곳 C-1 지구는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고봉산 습지가 보존가치가 높은 만큼 이 지역을 개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곳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주장이었다. 이후 이 곳은 쌍방의 팽팽한 대립 속에 대지조성 공사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5년이 지나는 동안 정작 이 지역은 개발도 보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습지에 쓰레기와 오물이 종종 눈에 띄었다. 겨울이라서 원형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습지가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고 여길만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또, 한가운데에 공사 진행을 반대하는 말뚝이 박혀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공사가 파행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모습도 간간이 볼 수 있다. 이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초등학교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후문으로 사용하려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교문은 막혀 있었다. 그 앞으로 길이 이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습지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건물 세 채 정도가 나타났다. 창문도 없고 임시로 지어진 듯한 모습의 건물도 볼 수 있다. 이 지역을 개발하는 업체가 공사에 들어가면 사용하려고 만들어 놓은 가건물들이다. 하지만 건물만 있을 뿐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직도 이 지역을 둘러싼 갈등의 앙금은 남아있는 듯 하다. 공사 업체의 직원이라고 밝힌 중년의 남성은 ‘지금까지 개발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이렇게 손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고봉산 습지 보존 대책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습지 보존을 위해 절대로 물러서서는 안된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곳을 산책하러 자주 나온다는 주민 김현숙(46, 주부)씨는 ‘개발업체와 환경단체는 서로의 주장만 하기 바쁘지 정작 습지 보존을 위한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근 C-1 지구를 놓고 고양시가 쌍방의 주장을 절충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양쪽의 입장이 워낙 팽팽해 합의가 이루어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의 주장만 하고 있는 동안 정작 당사자인 습지는 보존도, 개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손동우/연세대 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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