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수준으로 본 세계의 세력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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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첨단기술 보유수준면에서 본 세계의 세력판도는 어건 형성을 하고 있을까.
일본산업기술경제연구소가 금년초 자유진영을 대상으로 조사한 첨단기술수준 조사표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 로보트·반도체우주개발 해양개발을 총12개부문 21개분야의 주요 첨단기술 중 민간용 VLSI(초대규모집적회로) 를 제외한 20개분야에서 미국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지만 일본이 컴퓨터 부문의 3개분야·로보트 2개분야 시래믹 2개분야 다음세대반도체및 공장자동화부문등 9개분야에서 미국과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고 민간용 VLSI에서는 독주를 하고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더우기 나머지 11개분야중 종합정보통신망등 7개분야는 선두 미국을 바짝 뒤쫓고있어 조만간 대부분의 첨단기술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비해 유렴은 미국과는 비교할 나위도 없고 일본에 대해서도 우주ㆍ항공ㆍ 무기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18개분야에서 뒤떨어져 있다.
한편 특허등록ㆍ 기술무역액ㆍ 기술집약제품 수출액 및 제조업의 총부가가치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기술력에서도 일본의 점유율이 대폭 증가됐다.
일본과학기술청의 평가에 따르면 6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의 10%수준에 머무르던 일본의 기술력은 초년대에 18%로 올라선 이후 비약적인 도약을 계속해 최근에는 30%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있다.
상대적으로 60년대에 50%와 40%를 점유했던 미국과 유럽의 기술력이 각각 4O%, 30%로 떨어졌다.
KAIST의 이진주교수(경영과학과) 가 평가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60년대에 0. 14%, 70년대에 1.04%, 80년대에는 2. 4%로 일본의 13분의1 수준이다. 그러면 일본이 80년대에 들어서 이렇게 기술선진국으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일본의 기술선진화 배경은 시기적으로 기술이전의 장벽이 없었다는 점과 2차대전전 교육받은 고급인력이 풍부했다는 점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을 꼽을수 있다.
45년 패전이후 일본이 유일하게 갖고 있던 것은 풍부한 인력뿐이었다.
일본의 경제력을 회복하는 방법은 오직 교육받은 인력을 토대로 상품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 길밖에 없었다.
다행히 일본이 재기에 눈을 돌린 50년대와 60년대에는 최근처럼 선진국들의 기술보호 장벽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기간중 일본은 기술의 종주국이라고 할수있는 미국으로부터 거의 무제한적인 기술공급을 받을 수 있었고 그러한 환경이 오늘날 일본을 선진공업국으로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반도체분야. 48년 미국의 벨연구소가 세계최초로 「트랜지스터」 를 개발해냈지만 실제로 대량생산에 성공한 것은53년 일본의 소니사에 의해서였다. 그후 일본의 반도체기술은 세계를 석권하게 되어 현재 64K D램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지난2월에는 최첨단수준인 1메가D램까지 개발해내게 되였다.
그러나 뒤늦게 공업화에 뛰어든 우리나라의 형편은 일본에 비해 상당히 불리하다.
우리나라도 풍부한 인력을 토대로 기술집약제품을 수출한다는 관점에서는 일본과 다를바없지만 우리나라가 기술수준을 고도화하기 시작한 70년대 이후로는 선진국들의 기술보호 장벽이 높아지고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받아 소화, 개량시킴으로써 공업 선진국에 올라선 일본이 기술이전에 가장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난제인 것이다.
이교수는 『일본은 자신들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뎌라도 한국에 적극적인 기술이전을 펴야한다』 고 전제하고 『일본이 기술이전에 계속 인색할 경우 우리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기술도약을 하겠지만 이것은 양국에 상호 불리한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미국·유럽등으로부터 특허침해제소· 스파이사건에 관한 협의·기술이전요구등 다각적인 공략을 받고 있어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기술협력을 펴나갈 유력한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 대상으로는 역시 한국이 적격이며 한국 또한 이를 깃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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