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몇년전 믿었던 이웃에게서 몇10만원을 떼인 이후 이른바 돈놀이라는 것과 인연을 끊었다 돈이 많아서 빌려준 것도 아니었지만 나에겐 좋은 겅험의 하나였다.
그런데 얼마전 남편에게서 놀라운 고백을 듣게 되었다
함께 군뭏Tejs 동료의 빋보증을 서줬는데,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한 데서 실패로 끝났고 그는 종적을 감추었단다
빚보증을 선 남편앞으로 독촉장과 함께 차압증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이자와 연체료까지 모두 2백만원.
가뜩이나 악성위궤양을 앓고 있는 나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는 것 같았다. 남편은 괴로워 했고 결국 월급을 차압당하든지, 퇴직해 버리든지 결단을 내린다고 했다. 순간 실의에 빠진 듯한 그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남편의 모습을 떠올렸다.
적든 많든 월급을 모두 차압당한 뒤 빈 봉투를 1년여동안 들고 들어와야하는 가장의 비애어린 모습과 퇴직후의 방황하는 실직자의 모습을.
내 마음 속에선 알지 못할 용기가 솟았다. 보증 잘못 선 이유로 인간 보증까지 그르칠 순 없다. 그가 실의와 괴로움에 침식됬을 때 이해하고 감싸 주어야 할 사람은 의당 아내인 나 자신뿐이다. 나는 그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뭘 그까짓 몇백만원 가지고 그래요, 남자가. 이런 것도 다 경험이예요. 다음달 말일까지 갚는다고 해요. 그리고 다신 그런 인정 베풀지 말아요. 용기를 내요.』
대수롭지 않은 듯 여율ㄹ 가지며 말하는 내 가슴엔 2년여동안 부어온 곗돈 뭉치가 허공으로 나는 것이었다. 그걸 모으기위해 온갖 부업을 마다하지 않았던 내 노력도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늘 의연하고 건강한 내 가정의 가장이길 나는 무엇보다 원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 1동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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