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일확천금의 시대는 지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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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첨단산업의 심장부 실리콘밸리 (미 캘리포니아주)에 피었던 황금빛 꿈이 퇴색하고있다.
반도체등 첨단상품을 내놓아 단시일에 일확천금을 벌었던 시절은 사라지고있다.
첨단기술상품은 예전과 달리 황금의 알을 쉽사리 낳아주지도 않으며 실리콘밸리도 더이상 약속의 땅이 아니다.
새로운 상품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일단 시장에 내놓아도 구매자가 적어 손해를 보기 일쑤다.
여기저기서 종업원 대량해고사태가 속출, 감량경영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약삭빠른 투자가들은 자금지원에 주춤하고 있다.
이들중 가장 고전하고 있는 분야는 퍼스널컴퓨터와 소프트웨어.
89년까지 매년 50%이상의 판매신장률을 기대했던 이들 업체들은 신장률이 28%에 불과할 것이라는 최근의 조사결과에 당황하고 있다.
컴퓨터광들은 이미 많은 제품을 사들여 신제품에 큰 관심이 없고 잠재적 수요자들도 제품사용에 어려움이 많아 이의 구입을 주저하고 있다.
컴퓨터시장조사를 맡고있는 인포코회사의 한 분석가는『50%신장률 예상은 초기컴퓨터붐을 유도했던 광적인 컴퓨터애호가들을 상대로 잘못 산출됐다』 면서 장미빛 꿈에서 깨어나라고 지적하고있다.

<업체 너무많아 경쟁도치열>
또 실리콘밸리초기에 몇안되던 컴퓨터회사는 현재 1백80개로 늘어나 치열한 경쟁을 빚고있다.
1년전 워크슬레이트란 휴대용컴퓨터를 만들어 잔뜩 기대를 걸었던 컨벌린트테크놀러지사는 지난2·4분기에 6백50만달러의 적자를보았다.
할수없이 신제품 생산을 포기하고 예전에 생산했던 사무용 컴퓨터만 만들기로 작정했다.
IBM컴퓨터와 겸용으로 쓸수있는 제품에 사운을 걸었던 이글회사는 바로 IBM으로부터 소프트웨어를 복사했다는 제소를 당해 큰 타격을 입고있다.
탤리비디오사도 지난해 새상품을 선보였으나 팔리지않아 고전하고 있으며 단말기분야는 한국과 대만기업체로부터 공격을 받고있다.
소프트웨어쪽은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낮은 판매신장률, 치열한 경쟁, 복사제품의 대량등장으로 3중고를 겪고있다.
소프트웨어분야의 대표격인 비시사는 종업원 2백50명중 72명을 해고했고 특허권도 팔아넘겼다.
비디오게임회사의 선두주자였던 아타리도 6억5천2백만달러의 손해를 보고 팔렸다. 30개사무실은 경비절감을 위해 비워두었다.
혁신적인 고집적 슈퍼반도체칩과 슈퍼컴퓨터를 만들었던 암달사는 제품이 안팔리자 슈퍼칩·컴퓨터생산을 중단했다.
첨단의료기 제조회사 다이아소닉스는 실리콘밸리의 신성으로 떠올랐지만 곧 침몰하고 말았다.
1백23만달러의 모험자본을 투자했지만 장사에 실패, 종업원을 다수 해고했다.

<벤처캐피틀 얻기도 힘들어>
이에따라 벤처캐피틀(모험자본)의 기술자금을 얻어쓰기도 힘들어 겼으며 개인전주들도 손해를 막기 위해 몸을 도사리고있다.
첨단기술상품은▲시장조사 실패▲경영미숙▲불운 등으로 위험도가 그만큼 높아겼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의 기술붐이 사라진것은 아니다. 경영을 잘하고 넓은 시장을 잡은 회사들에는 투자가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를 풍미했던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를 찾으려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있는것이다.

<타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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