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야한다"는 고통 누가알까|레슬링 유인탁 경기전 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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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5일전
배가 고프다. 내딸 은미가 보고싶다. 같은 교회에 나가는 김원기는 금메달을 따냈다. 목사님·친구·동료·후배 그리고 사랑하는 은미 엄마와 딸·가족·친척 모두가 나의 금메달을 바랄텐데, 걱정이 앞선다. 「앤디」(미국) 「가미무라」(일본)「매케이」(캐나다) 그밖에도 루마니아·호주 모두가 내겐 벅찬 상대다.
4일전
팔목과 팔꿈치 관절에 힘이 없다.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러나 중량은 3.6kg이나 오버, 나는 꼭 승리할거다.
나를 믿고 의지하며 고생하는 은미 엄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목표를 향해 멀리 떠나 있군요. 당신을 생각하는 저의 마음은 한없이 슬프기만 하고 타는 조바심은 어쩔 수가 없어요.
떠나는 그 순간까지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무정하게도 뒤돌아서 가버린 당신모습이 아빠를 부르다가 잠이든 은미를 뉘여 놓고나니 이 방안에 가득차는군요. 불안해요. 하지만 참아야겠지요. 당신의 목표가 이뤄지는 그날을 위해 기도합니다. 모든 국민들이 당신에게 거는 기대가 어깨를 짓누릅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오직 당신의 건강과 최선을 다해줄 것을 비는 마음뿐입니다. 처음부터 침착하게 싸워요. 승리 못한다고 실망해서는 안됩니다.
3일전
이기건 지건 차라리 경기가 끝났다면 좋겠다. 은미엄마, 배고픈 것을 참아야하는 괴로움, 이를 이겨내야한다. 이 고통을 누가 알까.
2일전
드디어 자유형 경기가 시작됐다. 손갑도는 폴로이기고 이정근은 대진운이 좋고 결승까지는 무난하리라는 예상이다. 주여 우리 한국선수단에 힘과 능력을 주소서.
어제는 유도에서 금메달, 그제는 여자농구에서 은메달, 메달풍작이다. 한국선수단 파이팅- 내일 모레면 수많은 관중앞에서 내 실력을 테스트 받게된다.
긴장이 되지만 아무생각도 말자. 은미만 생각하자.
결전의 날이 48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1일전
내일 경기다. 중량 3백60g 오버. 아침 러닝한번 더하고 경기에 이겨야지. 나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이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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