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금리 동시 규제 말아야|하반기 통화정책에 바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중웅(경박·KD-선임연구위원)
지금 우리 경제정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매크로(거시)와 마이크로(미시)간의 부조화이며 하반기 경제운용에 있어서 당국이 특히 유의해야할 정책과제도 이러한 거시·미시간의 괴이문제를 최소화 하는것 이라고 하겠다.
최근 경제정책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괴리의 구체적 예를 들어보면 첫째, 긴축정책의 강도에 있어서 부문간 불균형의 지나친 심화다. 본래 긴축정책은 그 논리상 획일적인 유동성 규제의 결과로 한 계기업이 도산하면 이를 감수하는 것이 그 전제이다. 그러나 최근 취해진 해운산업 합리화조치와 해외건설진흥책의 결과로 불가피한 편중여신이 심화되고 있어 긴축정책의 효과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둘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의 활용에 있어 수단이 목표화 되어 정책의 현실적용에 신축성과 탄력성을 결하는 경우를 본다.
셋째, 통화금융정책을 운용함에 있어서 정책당국이 통화량과 금리의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규제함으로써 금융시장간의 자금수급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
이론상 통화론자는 통화가치 안정에 역점을 두어 통화량을 정책목표로 정하고 금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데 반하여, 케인즈 학파는 실물부문의 균형을 더욱 중시하여 금리목표를 정하고 통화량의 수급을 이에 따르도록 한다. 우리의 통화금융정책은 통화량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강화하면서 저금리정책을 유지하는 까닭에 정책수단간의 상충관계가 발생하여 공금리와 실세 금리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금융자금의 흐름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거시정책과 미시정책간의 부조화관계를 조정하면서 당초 계획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는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 하반기 통화금융정책이 운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통화긴축에만 의존하는 경직적인 총수요관리는 전체경제운용에 무리가 따르게 되므로 물량위주만의 자금규제는 지양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금의 총량부족이 아니라 금융시장간의 자금불균형과 거액의 부동자금은 있으되 생산자금 및 투자자금이 부족한 점이다.
총량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자금의 편재를 시정하면서 시중자금이 투기자금화 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기동향으로 보아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안정과 국제수지의 개선을 겨냥한 통화량 중심의 긴축정책을 획일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기업의 생산활동과 경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더우기 물가안정에 대한 전망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고 또 우리나라 국제수지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수출경쟁력이 취약하고 수입유발적인 산업구조에서 연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한 총량 규제중심의 긴축정책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은 총수요관리강화정책이 옳은 정책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긴축 그 자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경직된 통화량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성장과 물가, 국제수지의 동향을 보아가면서 또 기업의 자금수요를 주시하면서 또 제2금융권안의 자금동향과 금리구조를 고려하면서 거시적 경직적인 통화관리정책이 아니라 미시적 현실성을 감안한 신축적인 통화관리정책이 요청된다. 왜냐하면 정책당국이 사용하는 중심통화는 M₁(M₁+저축성예금)이나 실증분석에 의하면 M₁(협의의 통화)이 가장 물가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제2금융권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여기서 공급되는 유동성을 포괄하는 M₂(M₂+제2금융권의 예수금등)의 경제적 의미가 커지고 있어 M₂만을 중심으로 한 적정통화량의 목표설정은 현실의 유동성을 조절하는데 그 의의가 점감하기 때문이다.
둘째, 금리도 경기조절수단으로서 활용되어야 하며 또 자금 흐름의 왜곡을 시정하여 합리적으로 자금이 배분되도록 금리의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최근 자금순환이 왜곡되고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되어 금융저축은 늘지 않고 생산자금은 부족하다. 따라서 은행 여·수신금리의 체계와 은행 및 비은행간의 금리격차를 합리적 수준으로 좁히고 적정유동성 이익을 보장하여 예금의 유동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장기예금금리를 부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원활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금리의 자율화가 진행되면,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이 큰 기업의 금융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으나 이제는 기업도 자금을 사용할 때 거기에 따르는 적절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도 통화긴축과 금리정책의 경직적인 운용으로 자금시장의 자금배분이 불균형하게 되어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규모가 제2금융권 중심으로 전환되어 기업들은 이미 높은 실효금리를 부담하고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지금 국제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상승되고 세계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안정과 성장기반을 굳혀야할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방어를 위한 정책수단의 선택은 단기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대증요법이 아니라 병리학적 요법으로 일관성 있고 순리적으로 추구되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하여는 산업합리화를 추구해야 하며, 동시에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과대한 금융자금 의존을 지양하여 건전한 자금순환을 유도하기 위하여는 금융정책과 금융산업의 정상화를 추진하는데에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