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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웠다「올림픽10위」|백만 시민 "환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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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싸웠다. 이겼다, 그리고 돌아왔다』
세계스포츠 10강 진출의 위업을 이룬 LA올림픽선수단이 개선하던 날 전국은 뜨거운 환영과 자랑스런 기쁨의 물결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됐다.
단비에 멱감은 산야, 햇살조차 더 눈부신 아침 조국의 품에 돌아온 선수들은 금·은·동 찬란한 승리의 메달을 목에 건 채 1백만 시민이 환호하는 김포공항∼시청∼태능선수촌 37km길에서 개선 카퍼레이드를 벌였다.
다음번 올림픽 개최국으로 인수 받아온 올림픽기를 태극기와 함께 앞세우고 늠름한 모습의 우리선수단 일행이 연도를 지날 때 시민들은 박수와 『만세』로 환호했으며 악대는 쉴새 없이 승리의 노래와 개선 팡파르를 울려 영광의 축제분위기를 이루었다.

<환영식장>
상오7시50분 선수단을 태운 KAL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이들을 환영하는 환호성이 올렸다.
상오8시 LA올림픽 선수단 기수로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선수를 앞세운 선수단이 국내선 주차장에 마련된 환영식장에 들어서자 1천여명의 가족·친지·시민 등 환영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선수들은 식장에 오르면서 가족석의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어 반가운 인사를 전했으며 가족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선수들 얼굴을 보기 위해 단상 바로 밑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육군 군악대의 우렁찬 팡파르와 배화여고 합창단의 개선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환영식이 시작되자 선수들이 앉은 선수석은 화환과 꽃다발에 뒤덮여 온통 꽃밭을 이루었다.

<가족·친지>
첫번째 금메달을 안겨줬던 레승링의 김원기선수 가족들은 어머니 정일례씨(64), 큰형 원산씨(46·전남함평농지개량조합직원), 김선수의 고향인 함평군 대동면 보화촌의 일가친척 등 40여명이 15일밤 열차편으로 상경, 이날 김선수를 맞았다.
고운 옥색 한복차림의 어머니 정씨는 아들에게 안겨줄 국화 꽂다발을 들고『원기가 금메달을 걸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니 더 이상 바탈 것 없이 기쁘다』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선수의 모교인 함평농고에서도 황용구(51)교장 등 교직원 7명과 레승링부 대표 박진오군(16·함평농고1년) 등 학생대표 2명이 상경, 『개교이래 최대의 경사』라며 다시 한번 기뻐했다.
또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안병근, 은메달을 딴 김재엽·황정오선수등을 배출한 대구 계성고교에서도 이형두교장 등 교직원·학생 40여명이 상경, 개선하는 제자·선배들을 맞았다.
이교장은 『안선수 등이 개교79년 동안 최대의 영예를 모교에 안겨줬다』며 『앞으로도 유도명문의 전통을 살려 더많은 훌륭한 선수들을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계성고 재경동문회 회원10명도 환영식을 위해 특별히 마춘 계성고 마크가든 T셔츠·모자·청색바지 차림으로 헬륨풍선에 매단 대형 플래카드 4개를 들고 나와 『장한 후배들』을 외치며 선수들을 맞았다.
하형주선수가 졸업한 김산체육고등학교에서도 김영석교장(50)과 유도부 30여명이 밤차로 부산에서 올라와 하선수를 따뜻이 맞이했다.
복싱 미들급에서 금메달을 딴 신준섭선수가 태어난 전북 남원군 대산면 길곡리 심곡부락에서는 신선수의 아버지 신병일씨(47), 어머니 이명순씨(45), 동생 문섭군(17)등 일가족 5명과 신선수를 길러온 남원체육관 김재봉관장(36), 마을주민 등 20여명이 환영 꽃다발과「춘향골 신준섭 금메달 획득」이라는 플래카드를 준비, 신선수가 단상에 오르는 순간 달려가 환영하자 신선수는 어머니 이씨를 부등켜안고 『어머니, 준섭이가 해냈읍니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시청앞>
카퍼레이드 행렬이 서소문을 거쳐 시청앞 광장에 이르는 서소문로 양쪽 대한일보 건물과 KAL빌딩 등 고층빌딩에는 색종이와 오색테이프가 뿌려졌고 행렬이 잠깐 멈춰서자 환영인파속에 있던 탤런트 등 인기연예인들이 선수들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기도 했다.
시청앞 광장 용림픽기 환영행사장에는 9시47분 전두환대통령과 영부인이 도착, 정주영대한체육회장과 선수단·임원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었다.
올림픽기는 공군 군악대의 주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9시52분 양문환 서울시올림픽기획단장이 시청앞 간이식단에서 기다리던 염보현 서울시장에게 인계됐다.
염시장은 3만여명의 시민앞에서 올림픽기를 10여의 흔들어 보였으며 이때 오색풍선과 1천여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올라 환영열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염시장은 이날 도착인사를 통해 『이제 화합과 전진의 88올림픽 시대가 시작됐다. 지금부터 우리 모두의 지혜와 정성을 모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회를 치르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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